[8.8 공급 대책]수도권 공공택지 늘리고 미분양 사준다는데…건설업계 ‘시큰둥’

정부, 서울 그린벨트 풀어 8만호 규모 수도권 신규택지 지정
22조원 규모 공공택지 미분양 물량 매입 약속도
"단순 물량 확대보단 공사비 현실화 절실"
"미분양 사준다지만 굳이 사업 나설 이유 없어"

전원준 기자|2024/08/08 16:25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박성일 기자
정부가 집값 폭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지정하기로 했다.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주택 규모도 당초 3만가구에서 5만가구로 2만가구 이상 확대한다.

또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우려로 인한 착공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건설사가 2025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 착공한 물량을 대상으로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키로 했다. 준공 시점 이후 미분양율에 따라 분양가 대비 85~89% 수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8일 오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사이에선 분양가 상한제(이하)가 적용돼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려운 공공택지 특성상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분상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물량들은 청약 수요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과거에도 미분양 리스크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치솟는 건설원가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해소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LH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H가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응찰로 유찰된 공동주택용지는 총 12필지다. 최근 5년 간 유찰 필지가 가장 많았던 2022년(13곳)을 반기 만에 근접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공급 계약이 해지된 공동주택용지도 1필지(223억원)에서 13필지(9522억원)로 급증한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물량이 다수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사업성 제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 및 서울과 아주 가까운 지역뿐일 것"이라며 "단순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분상제 단지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등 공사비 현실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정부가 민간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내세운 미분양 매입 확약의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대부분 건설업계의 주택 사업 원가율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미분양을 털어낼 바엔 애초에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게 현명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