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육영수…尹, 보수층 결집 행보 확 늘었다

이번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통…육영수 묘역 참배도
"집권 중후반기, 보수층 모두 결집해야…사면도 맞물린 행보"

홍선미 기자|2024/08/16 14:17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육영수 여사 서거 50주기를 맞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육영수 여사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유족인 박지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결집 행보를 눈에 띄게 늘려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육영수 여사 묘역을 참배하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소통 접점도 넓히고 있다. 8·15 광복절을 맞아 전직 대통령 정부 인사를 대거 사면·복권한 윤 대통령이 보수층 결집에 나서며 집권 중후반기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육영수 여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육영수 여사 서거 50주년 추도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묘역을 찾았다.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는 같은 시간과 추도식 시간이 같아 미리 묘역을 찾은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지만 회장 등 유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방명록에는 "국민들의 어진 어머니 역할을 해주신 육 여사님을 우리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라고 썼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충청북도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했다. 경선후보 시절인 2021년 8월에도 육 여사 생가를 찾아 참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회동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님이 늘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더위가 가시고 나면 서울 올라오실 때 관저에 오셔서 식사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방문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용산 한남동 관저에 초청해 오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나눴다. 양측의 공식 만찬은 이번이 처음이다.

3시간 가량 이어진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여야 대립이 극심한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일 뿐"이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부 동반 만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제공=대통령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대표성과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수주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정부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 프로젝트 관련 조언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9년 우리 정부가 수주한 2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원전 수출 1호'로 이 전 대통령이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전직 대통령들과의 소통을 늘리는 것은 집권 중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이 남은 임기 동안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정권 재창출 동력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권 전체를 껴안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 다수를 사면·복권한 것도 화합과 통합으로 우군을 얻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들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이던 시절 구속수사를 지휘해 구속됐던 인물들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후반기 개혁과제에 대한 성과를 내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보수층을 모두 결집시켜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광복절 사면으로 전 정부 인사를 대거 풀어준 것 역시 모두 맞물린 행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 내부 반대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한 것 역시 야권에 보내는 화합의 신호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하며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제공=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