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도약 전환점] 로봇과 건설장비의 만남… “고성장 협동로봇·밥캣 간 시너지 주목해야”
안소연 기자
2024/08/21 15:15
2024/08/21 15:15
연구개발 비용 매출액 대비 높은 편…실적 성장 필요
밥캣 실적 해외 경기 따라 유동적, 완충 역할에 주목
경영진들 주주 설득 및 청사진 제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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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일반적으론 사람과 한 공간에서 섬세한 관절의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용 로봇을 연상하면 쉽다. 하지만 협동로봇은 이제 공장을 벗어나 우리 생활 곳곳에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으로 확장이 한창이다. 사람과 협동하는 작업에 익숙한 만큼 폭 넓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조사분석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2030년 협동로봇 시장은 올해 대비 6배 이상 성장해 1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산로보틱스가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4위다.
◇ 두산 협동로봇, 블루오션이지만 선두와 30%포인트 격차
협동로봇 업계의 압도적 1위는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점유율 36.1%를 차지했고, 일본의 FANUC가 14%로 뒤를 이었다. 두산로보틱스는 4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점유율이 2020년 3.9% 였다가 다음 해 5%대로 뛰어 2022년에는 5.4%를 기록했다. 이를 더 확대하고 선두 업체와 격차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협동로봇 분야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산업용 로봇 부문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협동로봇의 접목은 이제 시작이다. 2025년까지 연평균 36%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98억7700만 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에서 견줄 경쟁구도도 명확하지 않다. 레인보우로보틱스나 뉴로메카 정도로, 전 세계 상위권에서는 두산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연구개발(R&D) 비용이 매출의 10%를 훌쩍 넘기는 등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큰 폭의 실적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 건설장비 1등도 로봇 M&A, 과제는 경영진의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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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글로벌 건설장비 업체들의 로봇 회사 인수합병 사례가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1위 업체 캐터필러는 2020년 마블로봇을 인수했으며, 농업장비 1위 업체 디어앤컴퍼티는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를 인수했다. 앞으로 건설기계 업계에도 무인화 및 자동화 기술이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으로서는 글로벌 4위 수준의 두산로보틱스의 기술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두산밥캣 역시 업황에 따라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22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그룹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두산밥캣의 올해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1% 감소한 9조4595억원, 영업이익은 20.8% 감소한 1조101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주택 건설 시장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건설장비 업황이 나빠졌단 의미다. 건설경기에 기대어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 10년 이상 광폭 성장이 예상되는 협동로봇 산업의 두산로보틱스가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