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교토국제고, 사상 첫 일본 고시엔 우승

결승전서 간토다이이치고 2-1 눌러
한국어 교가 부르며 눈물 바다

정재호 기자|2024/08/23 12:28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23일 결승전에서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들이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역사와 전통의 고시엔 전국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오사카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치른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결승전에서 2-1로 이겼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였다. 교토국제고는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10회초 결승점을 냈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 뜬공으로 2점을 얻은 뒤 10회말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교토국제고는 현재 160명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학생의 30% 정도만 한국계 학생이다. 1999년 창단한 야구부의 현재 인원들도 대부분 일본인들이다. 지난 2021년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았던 교토국제고는 이로써 올해 사상 첫 결승 진출과 우승이라는 쾌거를 동시에 이뤘다.

1947년 개교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인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금해 학교를 세웠다. 1958년 한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가 공식 학교 인가를 하며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됐다. 교토국제고 선발투수로 나선 나카자키 루이와 간토다이이치고 하타나카 텟신이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결국 9회 정규이닝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2시간도 안 돼 연장전에 돌입했다.

교토국제고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10회초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희생 뜬공으로 2점을 얻었다. 10회말에는 아껴뒀던 에이스 니시무카 잇키를 투입했다. 니시무카는 1점을 허용했지만 2사 만루에서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 잡고 포효했다.

우승 확정 직후 한국어로 된 교토국제고 교가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고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 학교가 유명해진 건 바로 이 한국어 교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