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에 쏠린 간호법’ 우려… 현장, 업무 분담 강화 필요성 제기

지난달 28일 간호법 통과 엇갈린 현장 시선
전문간호사 정체성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
복지부 "인지하고 있어… 전문간호사 역할 확장"

한제윤 기자|2024/09/03 17:21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
진료지원 전담(PA)간호사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향후 현장에서 일반, 전담, 전문간호사가 느낄 업무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분리 기준이 구체적으로 세워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진료지원 간호사의 합법화를 중점 골자로 한 점에 대한 간호단체와 국내외 현장 간호사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번 간호법이 진료지원 간호사의 법적 보호를 위한 테두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인 교육과정을 거친 전문간호사와 법적으로 동일하게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전문간호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PA간호사' 업무를 위한 교육이수와 면허 취득 과정이 엄격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행적으로 일반 간호사 중 진료지원 간호사를 차출하는 형태인 것도 향후 업무 충돌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윤선 미국 전담간호사는 "애초에 정체성이 모호한 PA간호사의 의의와 역할을 체계적으로 정의하지 못한 채 합법적 간호인력으로 포함시킨 부분은 아쉽다"며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의 반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A씨는 "간호 인력 수급과 환자의 안정적 비율 등을 갖춘 간호 현장 개선이 시급하다"며 "간호법은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건데 PA법은 원한 적 없다"고 토로했다.

또 현장에서는 전공의 이탈 후 의사가 해야 할 업무가 무분별하게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전가되면서 환자가 느낄 불안감도 문제로 보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의 제도화는 곧 전문간호사 역할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간호사와 전문간호사, 합법화 된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분리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혜린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현재도 시범사업지침에 전문간호사만 할 수 있는 행위가 있다"며 "앞으로 업무 범위 설정에 있어서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13개 분야로 나눠진 전문간호사의 분야를 통폐합하거나 임상 중심으로 효율화 하는 작업 병행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앞으로 간호 인력에 요구되는 고난도 술기가 많아질 것이며, 전문간호사의 영역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며 "전문적 영역은 전문간호사 위주로 허용하는 게 맞다. (업무 분담에 있어서) 논의가 더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의 전문간호사 교육 과정 만으로 확장된 역할을 감수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논의도 앞으로 필요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9개월 후 간호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준비 작업 중이다. 이 기간 전문가 그룹과 시범사업에 따른 현장에서의 행위별 의견·건의 등을 모아 업무 범위를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되는 법령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