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프리카 모든 수교국과 전략 관계 격상

中-아프리카 협력포럼 기조 연설 통해
68조 원 지원, 무상 군사 원조도 시사
3년 동안 돈 보따리 듯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24/09/05 16:17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5일 자국과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 향후 3년 동안 3600억 위안(元·68조 원) 규모의 대(對) 아프리카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실시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시사했다.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FACOC 정상회의 개막식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모든 수교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신화(新華)통신.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ACOC) 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70년 가까운 노력을 거쳐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힌 후 "나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중국이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 층위로 격상할 것을 제의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전반적 지위를 '신시대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로 격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동시에 "중국과 아프리카는 세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아프리카의 현대화 없이는 세계 현대화도 없다"면서 "중국-아프리카 협력을 심화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에 소재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현대화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향후 3년 동안 아프리카와 함께 문명 상호 이해, 무역 번영, 산업망 협력, 상호 연결, 발전 협력, 보건 건강, 농업 진흥·복지, 인문 교류, 녹색 발전, 공동 안보 등 10개 분야에서 '파트너십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 "10대 파트너십 행동 이행을 위해 중국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3600억 위안의 자금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2100억 위안 규모의 신용 한도와 800억 위안의 다양한 지원으로 이뤄지게 된다.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투자도 최소 700억 위안 규모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프리카가 중국에서 판다본드(외국 정부·기관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를 발행하는 것을 장려하고 지원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도 그는 "아프리카에 10억 위안 규모의 무상 군사 원조를 계획하고 있다. 군인 6000명과 경찰·법 집행 인력 1000명에게 훈련을 제공할 예정으로 있다. 젊은 장교 500명을 중국으로 초청할 것"이라면서 "양측은 합동 훈련·순찰과 '지뢰 없는 아프리카 행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시 주석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30개의 인프라 연결 프로젝트를 수행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구축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육상과 해상 연동을 통한 중국-아프리카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피력했다. 한마디로 중국과 아프리카를 거의 동맹 수준으로 묶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유엔 가입을 기준으로 총 54개 국가가 있다. 중국은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한 상태에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이들 수교국 중 40여개국의 대통령, 총리 등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해 지난 2일부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