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아났다는데 왜 체감 안될까…“고금리로 체감온도 뚝”
경상수지 석달째 흑자에 '물가 2%대'인데도 "체감 못해"
한은 "구조적 문제로 '수출 온기' 내수로 확산되지 않아"
이충재 기자|2024/09/08 13:52
|
◇경상수지 '역대급' 흑자인데…"작년 보다 경기 악화돼"
8일 관가와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경기 개선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91억3000만달러 흑자로 같은 달 기준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471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419억1000만달러나 많다.
경상수지가 '역대급'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 보다 11.4% 증가한 5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역대 8월 최대인 2022년(566억달러) 실적을 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8% 증가한 119억달러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수출·내수 불균형에 고물가·고금리도 '체감온도' 떨어뜨려
결국 우리경제 전반으로 보면,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이종웅 조사총괄팀 차장은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는 글에서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실제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산업이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출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장기화된 고물가·고금리 기조도 되살아난 경기의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차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지표 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높은 가계부채에 고금리가 더해지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점도 체감경기 괴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韓 경제, 수출에 기댄 불안 국면…가계부채 관리해야"
이외에도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불평등 심화도 체감경기 악화 원인으로 꼽혔다. 이 차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한 점 또한 체감경기 부진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불평등 정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향후 체감경기는 시차를 두고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차장은 "체감 경기 부진에는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 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의 약화' 보고서에서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저효과를 제외할 경우 완전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면서 실물 경기의 활력이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