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추석물가에 서민들 한숨 여전… 내려간 과일값엔 안심, 수산물·채소값엔 화들짝
추석 장바구니 '무거운 한숨'
정부 대책에도 소비자들 부담 여전
박주연 기자|2024/09/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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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추석 20대 성수품 중 과일 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엔 작황 악화로 공급이 줄며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작황이 좋아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홍로·상품) 중도매가격은 10㎏당 7만7980원으로 지난해보다 4.2% 내렸고, 배(신고·상품) 역시 15㎏당 6만4760원으로 8.3%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사과 가격은 20% 이상 내렸고 배도 작년보다 저렴해졌다. 대형마트의 경우 사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농할쿠폰'을 적용해 최대 30%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와 수산물 코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폭염 여파로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하자, 손님들은 가격표를 보고 주저했다. 배추와 무 가격이 작년 추석 때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배추(상품) 중도매가격은 10㎏에 2만7820원으로 작년보다 94.6%나 올랐고, 무(상품)도 20㎏에 2만8800원으로 58.6% 상승했다. 제수에 오를 시금치도 무더위로 작황이 부진해 물량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한단(200g)에 평균 1만3280원으로 전주보다 61.8% 올랐다.
배추를 고르던 60대 주부 이모씨는 "배추가 너무 비싸서 적게 골랐다"며 "명절엔 배추김치는 꼭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비싸니 부담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기와 오징어의 경우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조기 소매가격은 한 마리에 1797원으로 작년보다 33.3% 올랐고, 오징어 중도매가격도 1㎏당 1만4240원으로 33.4%나 뛰었다.
수산물 코너에서 조기를 살피던 50대 남성 박모씨는 "조기가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며 "명절에 조기가 빠질 수 없어서 사긴 하는데, 예전만큼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기는 중국산이 대량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산 명태는 2019년 포획이 금지된 후로 주로 러시아산이 유통되고 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 무, 사과 등 주요 성수품 20종을 총 17t 추가 공급하고, 유통업체와 협력해 최대 60%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여전히 '물가가 비싸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이모씨(57)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책 발표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물가가 여전히 비싸다고 느껴진다"며 "명절이라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사겠지만, 예전처럼 넉넉히 사기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