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포커스] “이래라, 저래라”… 명절 스트레스로 추석 다가오면 부담

가사노동·경제적 부담·가족 간섭 등
현대인들 "추석은 휴식 아닌 부담"
핵가족화 되면서 명절 의미 달라져
"흐름에 따라 새로운 공동체 형성해야"

박주연 기자|2024/09/09 17:00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박모씨(44)는 추석이 다가오면 피로감부터 느낀다. "장가 언제 갈 거냐"는 부모님의 물음부터 "애인은 있느냐" "살쪘네" 등 친척들의 잔소리가 쉴 틈 없이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명절에야 비로소 만나는 가족이지만, 그에게 추석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다.

#이모씨(37·여)는 부산 시댁에 내려가면 짜증만 난다. 끝도 안보이는 교통체증을 뚫고 부산을 내려왔지만 형제간 비교부터 가사노동까지 떠맡는 '시월드'를 오롯이 버티는 것도 벌써 수년째다. 매일 야근과 육아로 겨우 맞이한 황금 같은 연휴에 '오히려 시댁에서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라는 생각만 든다.

과거 명절은 대가족이 모여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간이었지만, 현대의 추석은 가사노동, 경제적 부담, 가족 간섭 등으로 인해 '휴식'보다는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여겨진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에 시달려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하고, 생계를 위해 남들은 쉴 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명절에도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8일 에듀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40대 성인남녀 625명 중 35.8%가 '추석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이들 중 53.3%는 '가족 및 친척의 참견과 간섭'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명절 음식 준비 및 손님 접대 등 가사 노동(38.7%), 용돈이나 선물 구입 등 경제적 부담(36.9%), 귀성길 교통 체증(3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들 역시 명절은 여유보다는 생존의 시간이 되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9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5.4%의 자영업자들이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한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하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수익을 내기 위해서'(3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업종 특성상 추석 연휴가 대목이라서(31.7%)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응답도 많았다.

명절은 재충전보다 부담과 피로를 안기는 시간으로 바뀌었다는 게 추석을 맞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전문가들은 대가족 구조가 해체되고, 핵가족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명절의 의미가 점차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 단위가 바뀌면서 명절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시대의 변화 속에 명절의 문화와 가족간의 문화도 변하고 있다. 문화 변화의 과도기적 상황에 스트레스가 일부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