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이는 먹었지만 라그나로크 감성은 느끼고 싶어
성공적인 원작 재현...이제 필요한 건 세심한 운영
이윤파 게임담당 기자|2024/09/10 14:57
출시 첫 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룬 '더 라그나로크'. /인게임 캡처 |
원작을 재현한다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이제 이 다음을 내다봐야 할 때다.
그라비티는 지난 9일 2D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더 라그나로크'를 한국에 정식 출시했다. 더 라그나로크의 컨셉은 원작 재현이다.
그라비티 선상웅 사업 PM은 지난 8월 28일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더 라그나로크는 원작의 세계관과 그래픽을 똑같이 가져오며 옛날 감동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더 라그나로크는 2002년 출시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2D 도트 그래픽과 콘텐츠를 그대로 살렸다. 필드와 몬스터 배치, 아이템 체계 등 여러 부분 역시 그대로 재현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더 라그나로크는 라그나로크: 초심지전이란 이름으로 지난 6월 대만과 홍콩, 마카오 지역에 먼저 출시되어 대만과 마카오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 홍콩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를 달성했다. 글로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만큼 국내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원작의 감성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인게임 캡처 |
원작의 감성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인게임 캡처 |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 보니 확실히 원작의 그래픽을 그대로 구현한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2000년대를 풍미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감성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픽 외에도 각종 BGM과 콘텐츠, 필드, 몬스터 등 유저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넘쳐났다.
특히 BGM은 지난 2023년 진행된 라그나로크 음악회에서 연주된 오케스트라 버전을 그대로 게임에 담아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추억의 BGM을 들으며 사냥만 해도 시간이 삭제된다는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자동사냥만 해도 레벨이 쑥쑥 오른다. /인게임 캡처 |
자동화를 위시한 간편한 조작 역시 큰 장점이다. 2000년대에 원작을 즐긴 유저들이 주요 타깃인 만큼 바쁜 일상과 게임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한 그라비티의 설계가 돋보인다.
자동사냥에 더해 퀘스트 진행 지원, 워프 등 다양한 자동화 요소들이 빠른 캐릭터 성장을 도왔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퀘스트 진행과 사냥이 알아서 이뤄지다 보니 편리한 육성이 가능했다.
몬스터만큼이나 유저 수가 많았다. /인게임 캡처 |
빠른 성장 속도도 인상적이었다. 출시 이후 게임의 여러 요소를 둘러보느라 성장에 집중하지 못했고 과금도 하지 않았음에도 38레벨에 쉽게 돌입했다. 참고로 직업 랭킹 100위권의 대체적인 레벨대는 30 후반~40 초반이다.
이런 장점들 덕에 더 라그나로크엔 출시 첫날부터 유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초반부 주요 사냥터이자 스토리 진행 맵인 지하수로나,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프론티어 남문의 경우 몬스터보다 유저들이 더 많을 정도였다.
다른 유저의 레벨업을 축하해주는 채팅창. /인게임캡처 |
라그나로크의 특유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돌아온 유저들도 많이 목격됐다. 채팅을 통해 직장인 길드를 모집하거나, 각자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대한 추억을 주고받고, 레벨업을 하면 서로 축하해주는 훈훈한 모습을 통해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IP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아처의 직업 소개 텍스트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게임 캡처 |
캐릭터 스탯 명칭에 통일감이 없다. /인게임 캡처 |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색한 텍스트가 종종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 나오거나 문장의 조사가 이상하거나, 전반적으로 어색한 표현이 나왔다. 전직 과정에서 직업을 설명할 때 나오는 문장들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졌다.
게임 내 등장하는 용어에 영어와 한글을 섞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게임 화폐인 '제니'를 굳이 영어 'Zeny'로 쓰기도 하고, 캐릭터 스탯 창에 나오는 ATK이나 MATK, P.ATK, CRI, FLEE 등 여러 용어들의 뜻을 한 번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라비티는 이미 다수의 라그나로크 시리즈 게임을 운영하고 있기에 게임의 신경을 덜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게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