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일담] “저희는 어디로 갈까요?” 통합 앞둔 에어부산 ‘벙어리 냉가슴’
통합 LCC 탄생 후 에어부산 거점 변경 가능성
직원들, 타향살이 걱정도…합의점 도출 필요성
김한슬 기자|2024/09/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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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LCC가 생길 경우, 그 거점은 서울이나 인천에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이어집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2년 통합 LCC는 인천공항이 허브가 되며, 브랜드 역시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에어부산 직원들은 2017년에 지어져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사옥은 물론, 고향 자체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부산 토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분리매각을 강행해야 한다는 부산시와 부산 내 정치권, 그건 불가하다는 산업은행 및 대한항공의 길고 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포스코가 떠오릅니다. 2021년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본사 이전 문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룹은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지 하에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 두기로 했으나, 포항시의 반발로 끝내 포항으로 다시 소재지를 옮겼습니다. 그때의 기억처럼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 합병을 완수하면, 그 다음엔 부산 지역사회 그리고 에어부산과 끝없는 갈등을 치를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에어부산은 다음달부터 김해공항 최초로 인도네시아 하늘길을 열게 됩니다. 불확실한 상황이라 해도 직원들은 여전히 부산 대표 항공사라는 자부심 하에 지역민들의 여객 편의를 보장하고 있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립 17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최고의 LCC로 도약하자는 다짐을 밝혔고요.
대한항공도, 지역사회도 각자의 입장을 우선하기보단 이들 직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애정을 갖고 일해온 직원이야말로 어떤 결정이 좋을지 제일 많이 고민하면서도 변화에 가장 민감해질 사람들일 테니깐요. 항공업계의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이들 모두가 부디 아쉽지 않을 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