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키우고 체질개선… 박종복 행장, 임기 10년 마침표
조은국 기자
2024/09/12 18:02
2024/09/12 18:02
첫 한국인 출신 업계 최장수 CEO
디지털·네트워크·우량고객 집중
수익성 끌어올리며 성장기반 탄탄
2015년 자산 56조→올해 86조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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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년 초 박 행장이 사령탑을 잡은 뒤 SC제일은행은 자산 성장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또한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지속 성장기반을 다졌다. 여기엔 디지털과 WM(자산관리), SC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적극 활용한 박 행장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자산은 박종복 행장이 취임할 당시인 2015년 56조431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6조3955억원으로 성장했다. 또 수익성 또한 큰 폭으로 개선됐다. SC제일은행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99억원과 26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손실은 대규모 희망퇴직 등 일회성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SC제일은행이 체질개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D·N·A'로 정리되는 박 행장의 경영전략이 있었다. 이는 디지털(Digital)과 네트워크(Network), 우량 고객(Affluent)을 정의한 것으로, SC제일은행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박 행장의 의지다.
그는 비대면 디지털 금융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것을 주문했고, 모기업인 SC그룹의 네트워크 역량을 적극 활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실시해 왔다. 이에 더해 SC제일은행의 경쟁력인 WM(자산관리) 부문에 있어서도 고액 자산가 등 우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맞춤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WM 부문에 있어서도 글로벌 금융그룹인 SC그룹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박 행장은 한 때 지워졌던 '제일은행' 이름을 되찾아왔다. SC그룹은 2012년 SC제일은행의 사명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경했는데, 박 행장이 취임 직후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을 설득해 다시 제일은행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윈터스 회장을 만나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하려면 토종 브랜드인 '제일'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소매금융 사업을 포기하라"며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과 덕에 박 행장은 첫 한국인 출신 은행장이자 최장수 은행맨, 4연임 CEO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박 행장과 오랫동안 한께 근무해온 SC제일은행 출신 인사는 "박종복 행장은 행원 출신으로 외국계 은행의 첫 한국인 은행장이자 최장수 은행장을 지낸 입지전적의 인물"이라며 "양호한 실적과 함께 제일은행의 사명을 되찾아온 점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