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열대야 추석’에도… “가족 만나니 마음만은 풍성”

아쉬움 가득했던 서울역
역대 가장 늦은 '폭염경보' 진기록
연휴 마지막 날 귀경객으로 붐벼
저마다 양손에 선물 꾸러미 가득
"일상복귀할 힘 얻어" 작별인사 나눠

정민훈,설소영,박주연 기자|2024/09/18 17:51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역에 도착한 KTX에서 내린 승객들이 그리운 가족과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귀경객들로 붐빈 서울역 승강장 한편에선 한 가족이 열차 탑승을 앞두고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박주연 기자

"고향에서 가족들과 보낸 시간은 늘 짧게 느껴지지만,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37)는 연휴가 끝난 아쉬움을 이같이 전했다. 이씨는 "부산에서 부모님도 뵙고, 명절 음식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그래도 명절 동안 마음 편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은 귀경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승강장에는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문이 열리며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양손에는 고향에서 가져온 선물 꾸러미와 짐이 들려 있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내리는 가족들, 캐리어를 끌며 서둘러 출구로 향하는 시민들, 그리고 짐이 많은 탓에 열차 출입문 옆에서 잠시 짐을 정리하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이 이어졌다.
박모씨(33)는 "연휴 동안 포항에 내려가 조금이라도 충전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라며 "더 쉬고 싶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나름의 리듬이니까 다시 복귀해서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경기 위례중앙광장 인근에서 만난 한정주(71)·김성자씨(67·여) 부부도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과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추석을 맞아 대구에서 서울 송파로 올라왔다는 한씨 부부는 연휴 동안 30도가 웃도는 무더위에도 가족들과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추석 당일에는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을 찾아 보름달을 구경하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김성자씨는 "일하느라 지난 설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어 이번 추석 때 올라왔다"며 "연휴 기간 가족들과 밤새 이야기 꽃도 피우고, 이번 보름달이 연중 가장 커다랗다고 들어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달라'고 소원을 빌러 남한산성에 놀러갔다"고 말했다.

'추석(秋夕)'이 아닌 '하석(夏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석 연휴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한 '한가위 풍경'은 보름달만큼이나 밝았다. 서울에선 사상 처음으로 한가위 열대야가 나타났고, 역대 가장 늦은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가을 폭염'이 절정에 달했으나 한가위의 넉넉함을 넘어서진 못했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가족들과 연휴를 보낸 시민들은 집 앞에서, 터미널에서, 기차역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대학 졸업반으로 회계사를 준비 중이라는 최연지씨(24·여)는 "충청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번 명절 큰 맘 먹고 올라와서 가족들과 간만에 이야기도 나누고 친척과 큰 보름달을 보며 '취업 합격과 건강'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전라도 목포에서 부모님을 뵙고 아내와 함께 올라온 장진호씨(37)는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 제주도 여행도 가고 오랜만에 못 나눴던 긴 이야기를 나눴다"며 "올 추석은 너무 더웠지만, 가족·친척과 함께 소원도 빌고 소중한 추억을 보내고 온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