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딛고 글로벌 공략”… 中 패션시장 공들이는 삼성물산

상해법인 내·외형 모두 성장세
지난해 매출 첫 2000억원 돌파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패션시장
빈폴·라피도 이어 준지 매장 확대
경기침체속 브랜드 포지셔닝 관건

서병주 기자|2024/09/19 17:57
국내 패션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대륙'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며 해외사업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유망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회사가 운영 중인 중국 상해법인은 코로나19 이후 엔데믹 효과에 힘입어 최근 몇년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해당 법인은 2021년에 15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후 이듬해 1612억원을,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매출 못지않은 증가세를 보이며 외형과 내실 모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007억원대의 매출과 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 기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엔데믹을 맞이한 후 중국사업에서 좋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은 이미 현지에서 존재감을 확보한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현재 상해법인은 빈폴과 라피도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을 전개 중에 있다"며 "현지 법인 통해 중국시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며 브랜드의 진출 시기 등을 검토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회사가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며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데에는 글로벌시장에서 해당 지역이 지닌 존재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K-패션 열풍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지역마다 소비자의 특성이 달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다. 또 상해의 경우, 현지에서 열리는 패션행사에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도가 증가하는 점 역시 중국시장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해외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는 브랜드를 중국에 선보이며 그 잠재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는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오픈하며 사업 확장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달 말에 중국에서 럭셔리 백화점으로 알려진 'SKP'의 베이징점과 청두점에 팝업 매장을 운영한 준지는 이달 초에는 '릴 백화점'에서 현지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브랜드는 지역마다 소비자의 구매 특성이 다른 중국 시장을 겨냥해 지난달 오픈한 SKP 베이징과 청두점만을 위한 독점 상품도 선보이며 실험적인 접근도 시도했다.

정욱준 준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유럽·북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하우스(전문) 브랜드로서의 진용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에서 중국시장의 존재가 커지는 가운데, 회사를 이끄는 이준서 부문장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2021년부터 패션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부문장은 직전 상해법인장으로 활동하며 현지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그가 해당 법인에 몸을 담았던 2020년, 현지 사업은 1년 만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다만 중국시장 내 소비심리 역시 침체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의 소비 양극화가 이뤄지며 브랜드 포지셔닝의 중요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 2025년 이후 해외시장 진출을 예고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활용 폭도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