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로] 반가운 ‘베테랑2’의 흥행, 그러나 여전한 고민
경쟁작들 없는 틈 이용한 스크린 몰아주기 덕 봐…해법 절실
조성준 기자|2024/09/25 10:38
강 대표의 간절한 바람대로 '베테랑2'는 다행히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비켜가면서 흥행 순항중이다. 지난 13일 개봉 이후 상영 9일만에 전국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을 만큼 흥행몰이 속도가 빠르다. 이 추세라면 1341만명을 동원했던 1편에 이어, 또 한번 1000만 고지 등극도 노려봄직하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주도권을 내주고 빈사 상태로 내몰린 한국 영화 산업으로서는 '범죄도시' 말고도 또 다른 인기 프랜차이즈물의 탄생이 필요했는데, '베테랑2'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우선 반가운 결과다. 또 메이저 투자·배급사이면서도 최근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 실패로 영화 사업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CJ ENM이 회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자 등 영화인들의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주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이 와중에 '극장에 가도 영화가 너무 없어 골라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관객들의 원성과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반면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계 내부의 목소리는 올 봄 '범죄도시4' 개봉 때와 비교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여러 편이 경쟁했던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베테랑2'가 독주한 올 추석 연휴의 전체 관객수가 오히려 50% 가까이 늘어났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분석 때문인지, 아니면 떠들 만한 기력조차 없어진 탓인지 잠잠한 편이다.
정부의 주도로 제작·배급·극장아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만의 산업 논리와 문화적 다양성 추구를 위한 관객의 권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할 때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가 최고'라는 부동산의 불패 공식이 영화계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돼 극소수의 영화에만 스크린을 몰아주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베테랑' 1편속 주인공 '서도철'의 대사처럼 영화인과 관객 모두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