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 제치고 3분기 유럽 가스공급 2위

LNG 중심 미국 2분기 연속 하락 '3위'…노르웨이, 전쟁 후 1위 유지
EU 지도부 의미축소에 PNG 수입도 증가…"유럽, 러 가스 못 끊어"

이상현 블라디보스토크 통신원 기자|2024/10/06 16:04
벨기에 경제 싱크탱크 브뤼헬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 가스 공기업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공급정책에 온 유럽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브뤼헬 보고서 캡처
지난 3분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 규모가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압도적인 천연가스 수입 물량을 차지했던 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를 줄이고 러시아산 LNG만 수입할 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은 LNG와 PNG 모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6일 벨기에 브뤼셀 소재 경제연구 싱크탱크 브뤼헬(Bruegel)의 최근 보고서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천연가스는 지난 3분기(7~9월) EU 천연가스시장에서 점유율이 최근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는 유럽 시장에 133억㎥의 가스를 공급했으며, 이는 2분기 130억㎥, 1년 전 3분기 115억㎥에 견줘 뚜렷이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EU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분기 17.2%에서 3분기에 19.4%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분쟁 직후인 2022년 2분기(4~6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유럽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95억㎥로 줄였다. 2분기보다는 25%가, 전년동기 대비로는 약 3분의 1이 각각 줄어든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은 EU에 대한 가스 공급국 순위가 2분기 연속 3위에 머물렀다.

2022년 3분기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지난 3분기 217억㎥를 유럽 시장에 공급한 노르웨이(1위)에 이어 러시아가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 없었던 2021년까지 유럽 천연가스 수입분의 45%를 러시아가 공급해왔었다.

EU는 그러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이 감소했고, PNG가 아닌 LNG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내세워 러시아 가스 수입 증가세를 애써 폄하하려는 분위기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지난달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럽연합이 여전히 많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구매하고 있으며, 현재 LNG 탱커로 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렐은 "이제 우리는 러시아 가스를 여전히 많은 것을 구매하고 있지만, 적어도 파이프라인으로는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을 털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뤼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공급량은 86억㎥로, 2분기보다 8%, 2023년 3분기보다는 13%가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 LNG는 47억㎥로, 2분기에 견줘 6%가 감소했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무려 21%나 늘었다.

한편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유럽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