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일담] 75년 우정 무색한 분쟁, 회사 아끼는 주주·직원들에 귀 기울여야
소강상태 벗어나 다시 여론전
양측 경영진 그간 만남 부재
경영권 싸움서 모두 피해볼수도
김한슬 기자|2024/10/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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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할 것 없이 입장문을 내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접 만남을 가지진 않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양측 경영진은 각자의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기자님들이 (고려아연 혹은 영풍 경영진을 만나면) 제발 상대측의 입장 좀 물어봐 달라'고 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영풍은 MBK를 앞세우고 있어 직접적인 입장을 내는 건 드문 일입니다.
약 일주일 전만 해도 양측의 만남의 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왔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장형진 영풍 고문과 그간을 오해를 해소하고 싶다고 밝히면서죠. 이 같은 발언에 놀란 기자들도 인간적으로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는 거냐고 질문하자, 최 회장은 맞다고 답했습니다.
양 기업은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까지 대를 이으며 함께 경영을 논의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3대째에 이르자, 전혀 소통한 적이 없습니다. 1949년을 시작으로 70년이 넘도록 제련업을 함께 영위한 기업이지만 어느 순간 경영진은 사업을 함께 일궈나가야 한다는 공감을 형성하지도, 만나지도 않은 채 각자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사실 인생을 살다 보면 작은 오해에도, 작은 티끌 하나에도 수십년간 쌓아온 우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때 행복했으니 됐다'며 추억할 수도요.
하지만 이들의 다툼은 단순히 양가의 갈등 수준이 아닌, 산업계 전체를 흔들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가기간산업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생기자 정부는 개입할 여지를 남겨뒀고 정치계, 지역사회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번 사태가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미 양측의 공개매수가격 상향전에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될 전망입니다. 이들 신경전에 이미 주가는 고평가됐고 이번 사태가 끝나면 그 거품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로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그 누군가가 경영권을 가져가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측 모두 '고려아연'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애정으로 장기 투자해 온 또다른 주주들과 회사에 인생을 걸고 있는 직원들의 판단은 어떨까요. 당장 눈앞의 이익만이 아닌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한 그들의 판단과 선택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