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교체냐… 갈림길 6개 증권사 CEO ‘좌불안석’
하나·미래에셋·한국투자·KB證 연임 무게
김동민 기자|2024/10/10 17:56
주요 증권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에 돌입하자 임기만료로 교체 대상이 된 현 CEO들도 좌불안석이다. 양호한 실적에 연임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조직 쇄신 차원에서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홍구 KB증권 대표는 증권가에서 집중하고 있는 자산관리(WM) 사업을 책임지면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채권 돌려막기 혐의로 인해 받은 징계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성현 대표는 세대교체 분위기 속에서도 5년째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과거부터 IB 수익 성장을 견인해 온 점은 연임 기대를 모은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작년까지 적자 늪에 빠졌던 회사를 흑자전환에 성공시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증권이 초대형 IB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기에, 증권업계에선 사업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강 대표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선호·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에 대해서도 연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래에셋그룹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등장한 데다, 대표이사로 올라선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개선된 실적도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역시 회사를 역대급 실적으로 이끌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10위권 내 증권사들 중 사실상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CEO들은 총 6명으로 확인됐다. 허선호·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여기에 해당된다.
먼저 올해 처음 대표직을 맡은 허선호·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 임기를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시장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CEO 교체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적도 선방하고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 추정치는 6318억원으로 1년 전(4560억원)대비 38.6% 성장한 수준이다. 다만 회사가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인 사실을 고려했을 때, 경쟁사들 대비 실적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김성환 대표의 연임에도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회사의 당기순익은 7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분기 최대 실적을 시현하면서 존재감을 톡톡히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가 앞선 허선호·김미섭 대표와 같이 사령탑에 오른 지 1년 밖에 안 된 점도 연임 기대가 커지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하나금융이 계열사 CEO 인선 절차에 돌입하면서 취임 2년차인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강 대표는 작년 3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올해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하나증권은 작년부터 초대형 IB 의지를 드러내며 준비 과정을 밝고 있는데, 사업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지주에서 강 대표를 연임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역시 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 목표를 세운 덕분에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홍구·김성현 KB증권 대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먼저 이 대표는 대표직 수행 첫 해인 것과 동시에 최근 증권사들이 힘을 싣고 있는 WM 사업을 맡고 있어 연임 기대도 존재한다. 실제 이 대표는 회사의 금융상품자산 규모를 올 반기(59조2000억원) 기준 전년(47조4000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키우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임기 중 '채권 돌려막기'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징계인 주의 조치 받은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 대표의 경우 2019년부터 시작해 5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IB 전문가로서 회사의 ECM(주식발행시장), DCM(채권발행시장) 부문 사업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회사의 전체 IB 순익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1'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취임한지 1년 되는 CEO들은 기존 사업들을 이어가는 측면에서 징계 등 큰 이슈가 있지 않는 이상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외에는 작년까지 시장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회사의 실적은 CEO 연임과 교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