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영풍제지 사태’ 사전 차단…KB·한투·메리츠·키움證, 고려아연 신용대출 중단
경영권 분쟁 주가 급등…급락 가능성 커
투자자 피해·미수금 발생 우려, 선제 대응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업계 전반 확산 예상
손강훈 기자|2024/10/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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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고려아연 종목 관련 신용대출을 막았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증거금률을 상향해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다툼이 과열 양상에 접어들자, 투자자 피해와 미수금 발생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기반으로 한 공개매수의 주가상승 효과는 일시적이다. 급등했던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신용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질 수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KB증권은 고려아연과 영풍, 영풍정밀에 대한 신용·미수거래를 중단했다. 지난달 19일 이들에 대한 종목별 신용대출 한도를 낮췄는데, 아예 신용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0일 영풍과 영풍정밀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높이고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분류했다. 이후 KB증권과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에 대한 종목별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 11일 고려아연의 증거금률을 30%에서 100%를 상향하며, 신규대출과 대출 만기연장을 막았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고려아연의 증거금률을 30%에서 40%로 상향했다.
이는 고려아연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가 과열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게 되면,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75만원→83만원→89만원까지 상승했다.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도 2만원→2만5000원→3만원→3만5000원까지 올랐다.
경영권 분쟁으로 오른 주가는 사태가 종료되면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대출을 통해 투자를 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실을 볼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선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영풍제지 주가 급락로 인해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던 키움증권과 같은 사례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영풍제지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오르자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조작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미수금도 4333억원(회수 금액 610억원 반영)이 발생해 작년 4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해당 종목에 대한 신용대출 중단 조치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하는 등 감독당국의 엄정한 시각이 드러난 만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KB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용보증금률 및 위탁증거금률 상향 등의 리스크 관리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며 "종목별 재무지표, 수익지표, 유동성, 시세변동성, 시장조치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종목군 분류 및 위탁증거금률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