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24시] 요란했던 ‘저출산TF’ 빈손 해산…경찰청 내부망 ‘성토’ 일색

출범후 수십여개 과제 논의했지만
실질적 대책 없이 7월말 활동 종료
현장 직원 개선 요구 등 불만 여전
경찰청 "수집된 고충사항 반영 중"

설소영 기자|2024/10/14 17:25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청이 저출산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저출산 대책 추진반(TF)'을 운영했지만 지난 7월 아무런 성과 없이 슬그머니 TF를 해산했다. 당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호응해 출범한 TF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해산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TF는 지난 7월 말 활동을 종료하고 저출산 대책 관련 별도의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이후 TF 홈페이지의 '이렇게 개선됩니다' 게시판에는 단 한 건의 게시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해당 게시판은 TF가 논의한 방안들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경찰청은 지난 4월 '저출산 문제 해결 방향을 모색하겠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TF는 출범 이후 당시 김수환 경찰청 차장 주재로 회의를 세 차례 진행하며 30여개에 달하는 과제를 검토하고 논의했다.
TF에선 당초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근무 형태, 인사제도, 경제적 지원 등 실제 직원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장 직원들이 주축이 된 솔루션팀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경찰청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후 일선 경찰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했지만 끝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원하는 저출산 대책 관련 제언들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개가 넘는 현장 직원들의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차원에서의 답변은 전무하다.

경찰청 내부망 '폴넷'엔 청내 저출산 대책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다자녀 기준 변경 언제부터 되는지?' '운영 경과가 올라온 지 어느덧 4개월' '복지과는 난임지원 포인트 주려고 만든건지, 안 주려고 만든건지' '게시판은 없어도 일은 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을 올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윤희근 청장 당시에는 경찰 구성원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청장이 바뀌고 직원들을 위한 대책 마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도 "경찰청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환경을 조성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이번에도 물 건너갔구나 싶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TF 활동 중 수집된 애로사항이나 고충 사항은 게시판을 통해 계속 수집되고 있으며, 이를 각 기능에서 필요한 부분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