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욱 칼럼] 세계인이 주목하는 남북한의 대조… K-정치는 언제?

2024/10/20 18:52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최근 대한민국이 남북한의 대조 속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다시 받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제도가 중요하다(institution matters)"는 것을 강조하는 신제도학파에 속하는 MIT공대의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시카고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공동 수상했는데 이들이 대한민국을 바람직한 제도의 선택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북한은 분단 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열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아제모을루·로빈슨 공저)에서 이들은 대한민국을 '포용적 제도'를 통해 성장한 반면 북한은 '착취적 제도'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경제 제도가 서로가 이익이 되는 교환을 최대한 촉진시킨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포용적 제도'의 가장 핵심적 부분은 시장경제다. 국가가 국가의 강력한 강제력을 배경으로 이런 교환 활동에 필요한 자발적 계약의 이행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활발한 교환 활동의 보장에 더해 국가가 노동 능력이 없어서 시장에서 교환할 게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일정한 보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제학자들이 '시장경제'란 용어 대신에 '포용적 제도'라는 용어를 쓴 것도 이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사실 이런 메시지는 이미 10여 개월 전 미국 현지 시간으로 2023년 12월 31일, 우리 시간으로는 새해 첫날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 소유 엑스(X·옛 트위터)에 한반도의 밤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보다 더 상징적이고 극적으로 이미 발신한 바 있었다. 그는 한반도 모습을 통해 '정반대인 두 선택을 했을 때 각각 벌어질 결과'를 보여주었다. 머스크는 '낮과 밤의 차이(Night and Day Difference)'라는 제목과 함께 '미친 발상(Crazy Idea): 한 나라를 자본주의 반, 공산주의 반으로 나누고 70년 후에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자'는 글을 사진에 달았다. 70년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70여 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남북한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게시한 이미지를 보면 아래 쪽, 우리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 숱한 경제활동이 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숱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중간, 즉 북쪽은 어두컴컴하다. 밤에는 경제활동이 중단된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쪽 이미지는 중국 땅이다. 그곳은 우리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불빛이 환하다. 이 이미지를 보면 남북한의 전력 사정과 경제 격차가 현격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두 가지 뉴스를 접한 우리 국민은 북한과의 격차를 한편으로는 안도의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도 우리의 동포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반면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 일부를 무자비하게 폭파함으로써 양측 육로를 완전히 단절한 북한에 대해 극도의 실망감에서 더 나아가 배신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치·경제 제도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남북의 격차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워 미국 등 우방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탄탄한 경제 성장을 토대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K-팝을 필두로 K-푸드, K-패션 등 영문 K자가 포함되기만 하면 지구촌 가족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시대 속에 살게 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강이 사상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K-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물론 한강 작가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과는 분단 이후 남북한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남북한 두 체제가 구축한 세상은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로 확대되고 있다. 도대체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하게 된 반면 북한은 세상의 질시 대상이 됐을까. 결국 누가 뭐래도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제도의 탄탄함이 이런 격차를 불러왔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당리당략과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우리의 미래를 발목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로부터 성공 사례로 평가를 받게 한 대한민국의 제도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누구보다도 제도를 수정해 나가는 권한을 지닌 정치인들이 먼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그런 제도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각 당이 경쟁적으로 힘써야 하지 않을까.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치인들이 무엇을 두고 경쟁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정치는 과연 언제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