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운용 손실로 3Q 역성장 시현한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실적 개선세' 꺾여
내부통제 부실 '오점'… 신뢰 '뚝'
"손실 커 김 대표 부담 가중될 듯"

김동민 기자|2024/10/27 18:08
신한투자증권 사옥 /신한투자증권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금융사고 여파로 1300억원에 달하는 운용 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 역성장했다. 17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것인데, 이로 인해 회사는 우호적인 시장금리 상황과 해외주식·금융상품 수수료 수익 증가에도 전년 대비 누적 순익이 15% 가까이 줄었다. 작년과 달리 최근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그룹 기여도를 높이고 있지만, 또 다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올해 들어 신한투자증권이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통해 내부통제 부문에서 업계를 선도했음에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건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업계로부터 요식행위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로 김상태 대표의 향후 거취도 주목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사고 발생 이후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책임을 비껴가진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더구나 올해 시작부터 진옥동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차원에서도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김 대표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7일 신한금융그룹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 3분기 당기순손실 1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투자상품 충당부채 이슈로 작년 3분기 185억원 순손실을 낸 것보다는 적자폭이 9.2% 감소했지만, 1315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지난 2분기에 비해서는 실적이 고꾸라진 것이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성장 흐름을 탔던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이 꺾인 건 최근 벌어진 운용 손실 사태에 기인한다. 앞서 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해 과대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스와프거래(계약조건 등에 따라 일정시점에 자금흐름의 교환을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기법)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과정에서 1357억원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자기매매 관련 수익에 반영됐다. 회사의 올해 3분기 자기매매 수수료 수익은 1247억원으로 전년 동기(1659억원) 대비 24.8% 급감했다.

또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국내 증시까지 번지면서 지난달 일평균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앉은 점도 회사의 수수료 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 7월 19조4731억원 수준이었던 거래대금은 지속 감소해 8월 18조1968억원, 9월 16조672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면서 올해 3분기 전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971억원)은 5.4%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밖에 금융상품·투자은행(IB) 부문에서 소폭 성장세를 보였지만, 운용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증가하고, 금융상품 수수료 이익이 증가했으나 3분기 파생상품 거래 손실 영향으로 누적 당기순이익 14.8% 감소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신한투자증권의 적자 배경이 된 이번 운용 사고를 두고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는 내부통제 강화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9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제도를 조기 정착하겠다며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내부통제의 책임 영역을 사전에 지정) 컨설팅에 착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 4월 책무구조도를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내부통제에 구멍이 생기자, 실효성 지적과 동시에 그간의 시도들이 형식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손실 및 내부통제 부실사태로 증권업계에선 김상태 대표의 향후 거취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김 대표는 이번 이슈로 "CEO로서 책임을 크게 통감하고 있다"고 밝힌 뒤,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체계적으로 가동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지만 손실 규모가 크고, 내부통제 부실 사고라는 오점을 남긴 만큼 김 대표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줄곧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온 점 역시 악재다. 그간 진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차원에서 쌓아온 내부통제와 관련한 시장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쯤부터 시작해 증권사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기조를 지켜오던 과정에서 이번 신한투자증권 사태가 발생했다"며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는 만큼, 김상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떠오르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