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어줄 시공사 없나요”…강남권 재건축 사업 수의계약·무응찰 잇따라

대림가락·신반포2차, 단독 입찰 따른 수의계약 전환 검토
방배7구역·한양3차는 시공 희망사 없어 무응찰 지속
"사업성 판단 기준 강화 및 향후 공사비 증액 갈등 리스크"

전원준 기자|2024/10/30 15:46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건설원가 상승 등 여파로 주택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건설사들 사이에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재건축 조합들은 일찌감치 수의계약을 맺거나 재입찰 준비에 한창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의 시공사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앞선 1차 입찰과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 각각 단독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다음 달 중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내년 초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860가구를 짓는 것으로, 총 공사금액은 4297억원 수준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회 이상 유찰이 발생할 경우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서초구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지 역시 두 차례의 시공사 입찰이 현대건설의 단독 참여로 모두 유찰됐기 때문이다. 예정 공사비만 1조2831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이지만, 출혈 경쟁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린 것이다.

송파구 잠실우성아파트 역시 재건축 시공사 찾기에 실패했다. 약 1조6200억원의 공사비가 예상돼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간 3파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GS건설만 단독으로 입찰 확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단 한곳의 건설사도 시공 계약을 희망하지 않아 무응찰 사태를 겪는 재건축 사업지도 적지 않다.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 공고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 진행한 1·2차 입찰이 모두 무응찰로 유찰된 데 따른 것이다.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지난 21일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의향서를 받았으나, 이를 제출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강남권 입지를 갖춘 정비사업지라고 하더라도 사업 규모나 필요한 공사비, 수주 경쟁 가능성 등 따져야 할 사업성 기준이 많아졌다"며 "순조롭게 시공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공사비 증액 갈등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드러내는 건설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