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소재보국 잰걸음… ‘고순도 희귀가스’ 국산화 한다

광양에 中 중타이 '합작 공장' 첫 삽
반도체 제조 공정 필수… 내년 준공
13만 N㎥ 생산, 국내 수요 52% 수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공급 전망

이지선 기자|2024/11/05 17:49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인 '고순도 희귀가스' 국산화에 포스코그룹이 팔을 걷었다. 이차전지 광물부터 이어지는 첨단산업에 대한 역내 밸류체인 안정화 행보다. 삼성, SK, 인텔 등이 주 고객이 될 전망이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소재보국'의 일환으로 업계는 해석 중이다.

고순도 희귀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등 우리 산업계에 꼭 필요하지만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해 왔다. 중국 가스설비 전문 기업인 중타이 크라이어제닉 테크놀로지(이하 중타이)와 손잡고 희귀가스 생산공장을 전라남도 광양에 설립하기로 하면서 내년 11월이면 국내 생산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5일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이 광양 동호안 부지에 고순도 희귀가스 공장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중타이가 각각 75.1%, 24.9%의 비율로 합작해 설립한 고순도 희귀가스 생산법인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말 중타이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고순도 희귀가스 상업 생산을 추진해 왔다. 중타이는 가스관련 설비 제작과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으로, 희귀가스 생산설비, 공기분리장치 등 가스 분야 특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희귀가스는 공기 중에 극히 미량으로만 존재하는 네온(18ppm), 제논(0.09ppm), 크립톤(1.1ppm)을 이른다. 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위성 추진연료 등 첨단산업에 사용된다. 다량의 공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공기분리장치가 있어야 생산이 가능해 그간 우리 기업들은 미국, 중국, 우크라이나 등에서 수입해 사용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희귀가스 국산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제철소 산소공장에서 크루드(crude) 희귀가스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드 희귀가스는 순도가 41% 이하인 네온(Ne), 제논(Xe), 크립톤(Kr) 가스로, 이를 정제해 고순도 희귀가스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건립하는 광양 공장에서는 약 13만 노멀입방미터(N㎥)의 고순도 희귀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 수요의 5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우주산업 등의 첨단산업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희귀가스 합작공장 설립에는 정부와의 협력도 주효했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광양 동호안은 당초 철강 관련 업종만 입주가 가능해 유휴 부지 및 미매립지를 활용한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정부가 동호안 부지를 활용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신속히 개정하면서 이번에 국내 최대 규모의 고순도 희귀가스 사업을 동호안 부지에 추진 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이형수 경영기획본부장은 "포스코그룹은 고순도 희귀가스 생산을 시작으로 제철 부산물을 활용하는 특수가스, 이차전지소재 생산을 위한 산소, 질소 공급 등 산업가스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포스코는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산업용 가스 생산 설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양 제철소 합해 산소공장은 총 22개로, 연간 약 1700만 톤의 산업가스를 생산하면서 해외 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한 국내 산업가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