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 제동에 현금 확보 시작

㈜한화 주식 한화에너지에 매각
호주 자회사 대여자금 조기상환도
금감원 제재에 유상증자 계획 차질
현금·우군 확보로 경영권 싸움 이어갈듯

김한슬 기자|2024/11/06 16:40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에 대여한 자금을 일찌감치 돌려받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우호 집단의 주식을 매각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에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옴과 동시에, 회사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6일 고려아연은 한화그룹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기존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의 주식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주식매매대금은 약 1520억원이며, 계약체결일은 이달 6일, 거래종결일은 12월9일이다.

이와 함께 호주 자회사에게 대여해줬던 자금 약 3900억원(AUD 약 4억2600만달러)의 조기 상환도 조만간 이뤄진다. 이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통해 결의된 내용으로,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로부터 대여금을 상환받고, 채무보증으로 전환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렇게 확보된 약 542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강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당초 계획된 유상증자가 차질이 생기면서 서둘러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발행 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확보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이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쓰기로 했다. 해당 유상증자는 또 영풍-MBK에 뒤지고 있는 지분율을 앞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로 유상증자 신고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정정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이어가기 위해선 앞으로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가 무산될 경우를 고려해 현금은 물론, 우군 확보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화 주식 매각에도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고려아연 주식은 변동이 없는 가운데, 양사의 협력이 두터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날 "한화그룹과 수소 밸류체인을 비롯해 탄소포집 시설 건설 및 구축 사업, 해상풍력 공동개발 프로젝트 등의 풍력발전 사업, 광산 관련 자원개발 등 양 사간 사업 시너지를 위한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또 "금감원의 요구 사항을 면밀히 확인해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 오해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