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주” “공사비 급등”…트럼프 재선에 건설업계 ‘기대반 우려반’

미국 우선주의 여파 따른 원화 약세·인플레이션 예상
미국 건설시장 진출 기회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 사업·SMR 사업 확대 기대도 나와

전원준 기자|2024/11/07 15:16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조감도./삼성물산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향후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호무역 등 미국 우선주의를 꾸준히 밝혀왔다는 점에서 향후 강달러 및 원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전후 복구사업이나 해외 원전시장에서의 수주를 기대하는 시각도 혼재돼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공사비 급등을 걱정하는 눈치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보호무역 전략에 따라 관세 장벽이 높아진다면 원화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글로벌 원자잿값 등 물가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미국 대선 결과가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공표되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 4월 16일 이후 7개월 만에 1400원을 넘겼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건설원가 상승 및 고금리에 따른 자금 경색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 우선주의가 국내 건설경기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 역시 적어질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미국지역 누적 수주액은 26억418만달러(3조6393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수주액(211억1199만달러)의 12%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수주액(235억3183만달러)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72억2521만달러를 미국에서 따낸 것과 비교해 수주액과 그 비중 모두 줄어든 실정인데, 실적이 향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수차례 호언장담한 바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국내 주식시장에선 삼부토건 등 '우크라이나 재건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울러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확대 가능성도 있다. 저렴한 에너지원 발굴을 통해 전력 가격을 내리는 게 트럼프 에너지 공약의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SMR 중심의 대규모 원전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엔지니어링,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적지 않은 대형 건설사들이 SMR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달러 강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나 SMR 같이 국내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의 수주 물량 역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