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스마트폰이 마주할 트럼프 2기…‘폭탄’일까? ‘호재’일까?
트럼프 자국우선주의 확대 전망
재집권에 韓산업 불확실성·변수
미국 팹 추진하던 삼성·SK 긴장
"칩스법 폐지보단 수정 가능성"
정문경,최지현 기자|2024/11/07 16:47
트럼프 1기 시절 한국 전자·IT 산업을 뒤흔든 키워드는 '월풀'과 '화웨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인 월풀을 위해 삼성·LG 세탁기 수입을 제한한 조치(세이프가드)에 울었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턱밑까지 중국에 추격당하던 국내 스마트폰 기업들은 웃을 수 있었다. 트럼프 2기, 한국 전자IT 산업엔 어떤 폭풍이 닥칠까. 전문가들로부터 전망을 들어봤다.
◇ 반도체보조금 사라질까?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반도체지원법 즉 '칩스법'의 변화 여부다. 삼성전자는 현재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총 6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8월에는 미 상무부와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예비거래각서(PMT)도 체결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미국 정부랑 칩스법에 기반해 계약을 이미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계약대로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도 바이든 정부 처럼 제조 시설을 미국 내에 두고 있는 것을 목표로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어서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조금을 주되 그전보다 자국 기업 중심으로 기준을 달리하거나, 외국기업에 대한 압박을 더 줄 수 있도록 보조금은 축소하고, 관세 등 다른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공화당도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서 동의를 했었고, 보조금 자체를 부정·원치 않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보조금 형태는 유지를 하되, 강한 자국 보호주의가 적용돼 외국 기업에 한해 보조금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고용창출 등 자국에 도움이 되는 기업에게는 기준을 달리할 것"이라며 "보조금 조건을 지금 보다 까다롭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도 "칩스법에 대한 폐지는 힘들 것이지만, 자국에 유리하게 기준을 높이고, 좀 더 압박 수위를 높이를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보조금보다 세금 정책이 낫다고 언급한 것도 그 일환.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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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조금 문제가 있지만, 트럼프 2기에서 반도체가 대중국 제재 강화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중국 봉쇄 정책으로, 반도체 및 반도체 전방산업 내 중국 기업의 위축은 국내 기업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글로벌 반도체의 설계(미국), 장비(네덜란드), 생산(한국·대만), 소부장(일본) 분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 인력, 투자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대상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반도체 관련 대중 압박은 후방산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AI, 자율주행 등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프리미엄 반도체와 후방산업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도 했다.
칩스법 외에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는 보편적 관세가 반도체 산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낮거나, 여파가 크진 않을 것으로 봤다.
고종완 실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경우도 외국의 공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마이크론도 일본, 대만에 공장이 있고, 인텔도 말레이시아에 반도체 패키지 공장 크게 운영하고 있다. 보편적 관세를 반도체산업에 적용하면 미국 기업에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반도체를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를 많이 수입해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반도체 수출입 구조는 보완적인 상태. 이를 가지고 미국과 균형적인 대화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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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는 국내 스마트폰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가 중국산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만큼,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면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에 쫓기는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렸던 일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를 겨냥한 5G 반도체 칩 수출 금지를 시작했고, 이 제재로 한때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왕좌를 노리던 화웨이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와 관련,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은 물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출하량 기준 점유율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 삼성전자의 셈법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빅3 업체(화웨이, 샤오미, 비보)의 3분기 합산 점유율은 32%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세(勢)를 넓혀가고 있는 만큼, 트럼프는 자국 업체 보호와 기술 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할 전망이다. 이때 미국이 한국과 인도 등 주요국에 중국 제품의 수입 통제 협력을 요구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의 재집권이 스마트폰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실제로 앞서 중국 화웨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성공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견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그럼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관계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글로벌 경쟁 구도에 확고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