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고개 갸웃한 전기요금 인상
장예림 기자|2024/11/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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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부채 203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재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했지만, 형평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결정이었다. 최근 3년 간 정부와 한전은 7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왔다. 반면 주택용 인상 횟수는 5차례에 그쳤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면, 지난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20회 올렸으며, 농사용 전기요금은 단 10회에 불과하다. 킬로와트시(㎾h)당 요금을 보면 이번 인상으로, 7가지 용도별 전기요금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68.6원인 반면, 농사용 전기요금은 ㎾h당 75.1원, 주택용 전기요금은 ㎾h당 149.8원이다.
결국 오늘의 폭탄을 내일로 미룬 셈이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폭'의 문제지, 기폭제가 될 것은 명백하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기업 경쟁력 저하는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력요금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산업용 전력요금이 10% 상승할 경우, 해당 년도의 설비투자는 1.41% 감소하고 GDP는 0.18%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한전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부담이 아닌 일부의 국민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다. 기업들은 "낼 수는 있지만 왜 우리만 올려"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원칙대로 '원가주의'에 기반한 공평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눈 앞의 위기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답으로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