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고개 갸웃한 전기요금 인상

장예림 기자|2024/11/13 16:44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브리핑'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사진 오른쪽)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산업통상자원부
장예림 기획취재부 기자
기대보다는 우려가, 설득보다는 의문이 남은 전기요금 인상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9.7% 올렸다. 1년 만에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가정용과 농사용 등 다른 전기요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부채 203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재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했지만, 형평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결정이었다. 최근 3년 간 정부와 한전은 7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왔다. 반면 주택용 인상 횟수는 5차례에 그쳤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면, 지난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20회 올렸으며, 농사용 전기요금은 단 10회에 불과하다. 킬로와트시(㎾h)당 요금을 보면 이번 인상으로, 7가지 용도별 전기요금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68.6원인 반면, 농사용 전기요금은 ㎾h당 75.1원, 주택용 전기요금은 ㎾h당 149.8원이다.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 부터 '원가주의'를 외쳐왔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만 건드리면서 되레 원가주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높은 반면, 농사용 전기요금은 30% 가량의 낮은 원가회수율로 알려져 있어서다. 형평성과 합리성을 지키지 못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 전문가는 "전체적인 요금 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건드렸다"며 "일반용 전기요금은 소상공인, 주택용 전기요금은 국민, 그리고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민들이니까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고도 말했다.

결국 오늘의 폭탄을 내일로 미룬 셈이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폭'의 문제지, 기폭제가 될 것은 명백하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기업 경쟁력 저하는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력요금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산업용 전력요금이 10% 상승할 경우, 해당 년도의 설비투자는 1.41% 감소하고 GDP는 0.18%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한전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부담이 아닌 일부의 국민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다. 기업들은 "낼 수는 있지만 왜 우리만 올려"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원칙대로 '원가주의'에 기반한 공평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눈 앞의 위기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답으로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