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전부터 붐비는 대웅전…수능 임박 ‘사찰·성당’ 가득 메운 부모들의 기도

새벽부터 수험생 합격 위한 정성어린 기도 행렬
자녀 고득점 기원하는 불경과 성호로 합격 염원

강다현,이정환·손영은 인턴 기자|2024/11/12 16:34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에서 신자들이 함께 염불을 외고 있다. /이정환 인턴기자.
아시아투데이 강다현 기자, 이정환·손영은 인턴기자 = 12일 아침 해가 뜨기 전인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 대웅전의 초 공양대에는 간절한 발원문들이 걸린 60여개의 촛불이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 연신 휘날렸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이날 봉은사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40~50대 엄마들까지 엄중한 모습으로 기도를 올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할머니로서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정성어린 기도뿐입니다. 부디 준비한 만큼 수능 잘 끝내기만을 바랍니다."

불편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온 이모씨(77·여)는 손자의 '수능 염원'을 담은 양초를 들고 기도를 했다. 이씨는 100일 동안 매일 봉은사를 방문해 '학업원만성취 100일 관음기도'에 참여해왔다. 이씨는 "얼마 전에 손자 얼굴 보고 왔는데 수척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수능 당일에 열리는 특별기도에 참여해 수능 시작부터 끝까지 손자를 위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자녀들의 성공적인 시험을 염원하는 부모들의 열렬한 기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 시험만을 위해 노력해온 자녀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녀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눈물겨운 부모들의 마음이 전국의 사찰과 성당, 교회 등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날 봉은사 대웅전에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수능 염원' 기도를 올렸다. 한은미씨(50·여)는 재수를 하는 아들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와 1년째 서울에서 거주하며 봉은사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한씨는 "아들이 1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수능에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는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가 열렸다. 이 기도는 지난 7월부터 매일 이 시간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에도 대웅전 내부는 120여명의 신도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권희숙씨(45·여)는 "아들이 요새 부쩍 긴장한 내색을 내비쳐 걱정된다"며 "마음 편하게 수능 봤으면 하는 마음에 기도하러 왔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1시께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에서 이승옥·이승희·이승주씨(76·71·68)가 고등학교 3학년 조카 손자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손영은 인턴기자
중구 명동성당도 '수능 성공 기원'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함께 온 세 자매 이승옥(76)·이승희(71)·이승주씨(68)는 고등학교 3학년인 조카 손자를 위해 성당을 찾았다. 세 자매는 성당 입구에서 잠시 멈춰서 간단히 목례하고 손 끝에 성수를 찍어 몸에 십자 성호를 그었다. 세 자매는 경건하게 기도를 마치고 "(공부를) 게으르게 하고 잘되기를 바랄 수는 없어 우리 조카 손주가 정말 열심히 한 만큼은 다 기억하게 해주셔서 자기의 노력한 만큼이라도 나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