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파고 넘는다] ‘세계경영’ 포스코… 印에서 ‘철강’ 남미·호주서 ‘소재’ 꿈 영근다

장인화 號, 철강·미래소재 두 축으로
핵심 성장 과제 투자 지속…구조조정도 동반
서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공급망 다각화 추진

이지선 기자|2024/11/13 18:06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포스코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집권 당시 휘두른 관세카드 '무역확장법 232조' 첫 타깃은 철강이었다. 수입 철강재에 25%에 달하는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수시로 미국으로 달려가 눈치를 살펴야 했다. '쿼터제'를 도입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강대국 자국 산업보호주의의 매서움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기억을 철강업계는 갖고 있다.

이제 다시 맞는 트럼프시대, 철강과 미래소재를 두 축으로 삼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큰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범람에 맞서 관세를 올리며 방어에 나선 인도의 현지 국민기업과 합작 일관제철소를 세우고, 미국의 니즈에 맞춰 남미·호주에서 배터리 원료를 공급 받을 수 있게 안배 해 둔 탓이다. 퍼즐이 완성 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보호주의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해외철강법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스테인리스강 공장은 매각을 검토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인 인도로 눈을 돌리면서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인도 JSW와 합작해 현지에 일관제철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다섯번째로, 장 회장은 철강 경쟁력을 재건하겠다는 과제를 내세운 만큼 숙원사업에 다시 도전했다. 인도는 철강 수요가 연평균 7%씩 증가하는 성장 시장으로, 포스코는 이를 기반으로 서남아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철강 업황이 둔화되는 시점이지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 산하에 있던 인도 법인을 포스코(철강회사) 산하로 옮기면서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 법인들을 포스코에 넘기면서 6405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퓨처엠이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인수하며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장 회장은 어려운 업황에도 꾸준히 철강과 미래소재라는 두 축에 대해선 꾸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행보다.

더구나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제조업에 대한 보호무역 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세계 각국과 전략적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중국에서는 철강 사업은 다소 축소하고 있지만, 소재 기술 관련 협력은 지속하고 있다. 니켈, 전구체 공장설립은 중국 CNGR과 합께 설립하는 등이다. 이와 함께 공급망 측면에서는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시장 침체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시장인 원료 부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선 칠레에 염호 개발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이미 개발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는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호주와는 더욱 긴밀한 협력중이다. 호주 필바라 미네랄스에는 지분투자를 통해 협력을 추진,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호주 블랙록마이닝과 손잡고 탄자니아 흑연광산 개발에도 4000만 달러를 투자한 상황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시장 침체기(캐즘)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시장 선점을 위해 리튬 등 원료 부문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