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HD현대 정기선, 그룹 첫 수석부회장…국제정세 대응 총력

오너 경영 바짝…그룹 주요 핵심 과제 직접 챙긴다
HD현대일렉트릭 조석 사장, 부회장 승진 입지 강화

안소연 기자|2024/11/14 16:47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의 첫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 후 1년 만의 인사로, 사실상 HD현대그룹이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HD현대는 권오갑 회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끌고 있다. 회장 바로 아래 직책이 수석부회장이며, 내부 직책 체계상으로 수석부회장이 있었으나 실제 타이틀을 단 것은 정기선 부회장이 처음인 점도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에 힘이 실린다.

또한 HD현대는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그룹 내 입지를 보다 다지게 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조석 부회장 등 2명이 HD현대에서는 부회장 직책을 맡는 그림이다.

14일 HD현대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그룹 주요 핵심 과제들을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문화 확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5년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선제적 시장 장악도 필요하다. 따라서 정 수석부회장이 변화하는 국제정세 등을 면밀하게 살피며 그룹 사업을 주도 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로, HD현대 역시 오너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그룹 내 수석부회장 타이틀을 단 것에 대해 회장 취임 직전의 단계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의 지분도 소폭 늘린 바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지분은 5.94%로 종전보다 0.68%포인트 증가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26.6%로, 그룹 내 경영 보폭 확대에 이어 지분을 물려 받아 실질 지배력을 높일지도 여전한 관심사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HD현대
이어 조석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최근 HD현대일렉트릭의 성과가 높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은 3152억원으로 전년대비 137% 증가했으며,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는 2배 이상 오른 7117억원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공급 과정 전 단계에 필요한 전기전자기기 및 에너지 솔루션 공급 업체로, 2025년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인프라 확대로 현지 사업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주목받는 회사다.

이 외에도 HD현대삼호 대표이사에는 김재을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대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는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안전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임주 부사장이 송명준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에 오른다.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에는 김영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업황 악화로 실적이 감소한 상태다. 올 3분기는 적자전환해 영업손실 2681억원을 기록하는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 이에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HD현대오일뱅크가 그룹의 에너지 사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기도 했다. 송명준 사장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에서 재무 및 사업기획을 담당하고 현재 HD현대의 재무지원실장 등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통을 공동대표이사로 앉혀 재무적 안정성을 꾀하는 전략인 것으로도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2025년은 핵심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친환경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조선사업 부문은 안정적인 조업 물량확보와 공정안정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향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확대는 물론 초격차 기술 개발 및 내재화를 통해 불황에도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건설기계 부문은 차세대 신모델 개발 완료, 울산 신공장 준공, 시너지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 등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며, 정유·석유화학 부문은 정제마진 축소와 석유화학 시장 악화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새로운 경영진 선임으로 조직문화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경영개선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며, 그룹은 조만안 임원인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사장./HD현대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HD현대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사장/HD현대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부사장/HD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