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도 암울”…한숨 깊어지는 지방 집주인들

韓건설정책연구원, 내년 수도권 집값 1~2%↑…지방은 '보합' 전망
집값 하락세 장기화 예측에…지방 집주인들 서둘러 아파트 매수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지방 활성화 위한 맞춤형 대책 必”

김다빈 기자|2024/11/28 14:54
대구의 한 주택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부산·대구 등 지방 주택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며 집값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에 내년 상황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지방 집주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개최한 '내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1~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방은 보합세(0%)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도권 집값은 1%가량 올랐지만, 지방의 경우 0.83% 하락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전국 주택 가격은 상승 추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이 전국 집값 상승을 견인한 모습"이라며 "내년에도 2.0~2.1% 수준의 경제성장률, 최근 3년간 저조했던 공사 실적 등으로 전국 주택시장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 현상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2024년 부동산 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 지방 주택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주택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이 상승 국면을 지속하고 있으나, 비수도권은 보합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같은 전국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정 매수 시기를 둔 지방 집주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며 서둘러 주택을 매도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매물이 쌓이면 일대 집값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 어쩔 수 없이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8일 기준 5대 지방 광역시의 아파트 매물 수는 한 달 전과 비교해 모두 증가했다. 광주의 아파트 매물은 2만1903건에서 2만2849건으로 4.3% 늘었으며 △부산(5만7097건→5만9550건, 4.2%) △대전(1만823142건→1만8827건, 3.2%) △대구(3만9088건→3만9966건, 2.2%) △울산(1만3986건→1만4236건, 1.7%)에서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시장 침체에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방 인기 지역에서도 호가(집주인이 팔 때 부르는 가격) 하락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코오롱하늘채수' 전용 134㎡형 매물은 현재 11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달 초만 해도 같은 평형 호가가 12억7000만원을 기록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1억원 넘게 시세가 떨어졌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광안SK뷰' 전용 134㎡형 호가도 이달 중순 9억6000만~10억원에 나왔지만, 현재 7억6000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은 "올해 건설·주택 경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특히 건설업 침체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방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대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