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 한진만 내세워 ‘파운드리’ 리빌딩

'반도체 쇄신' 삼성 사장단 인사
전영현, 메모리 제조·R&D 등 총괄
적자 낸 파운드리는 사업부장 교체

정문경,연찬모 기자|2024/11/27 17:28

27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예상보다 소폭이었다. 당초 대규모 쇄신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승진·보직변경을 포함해 9명에 불과했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김우준 NW사업부장(사장),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 등이 모두 유임됐다.

하지만 반도체 쪽 변화는 컸다. HBM 대응이 늦은 메모리사업부장과 대규모 적자를 낸 파운드리사업부장이 교체됐다. 트럼프 2.0 출범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맞춰 인사 폭은 최소화하되, 반도체 분야 쇄신에 집중한 '정밀타격' 인사라는 게 재계 평가다.


◇ 전영현에 힘 몰아준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전영현 부회장이다. 지난 5월 반도체 구원투수로 깜짝 투입된 전 부회장의 장악력을 강화한 게 포인트다. 전 부회장을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DS부문 핵심인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게 했다. 옛 삼성종합기술원인 SAIT 원장도 겸직한다. 메모리 제조-설계-R&D까지 전 부회장이 총괄하는 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파운드리사업부에도 변화가 컸다. 최시영 사장이 물러나고, 대신 '미국통' 한진만 DSA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한진만 신임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미국 내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와의 네트워크를 관리했다.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부터 HBM3E 12단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 사인을 받아낸 것도 한 사장이다. 파운드리사업부 내 사장급 CTO도 신설해 남석우 사장을 앉혔다. 남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공정개발 및 선단공정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3나노, 2나노 등 미세공정 수율 안정화를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축소하는 게 남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겸 CTO 사장은 유임됐다.



◇ 사업지원TF, 반도체 지원 강화

DS부문에서 전영현 부회장의 장악력을 높인 동시에 사업지원TF 인사도 반도체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김용관 신임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다. 앞으로 전영현 부회장을 보좌해 DS부문 투자 및 재무 관리 등 안방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사업지원TF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 내 대표적인 재무·관리통이다. 이번 인사 전까지 DX경영지원실장을 맡았고, 그 이전에는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삼성 관계자는 "박 사장의 사업지원TF 이동은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취지와 더불어, 반도체 사업전략을 짜봤던 경험을 살려 사업지원TF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적극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은 유임됐다. 내년 2월 이재용 회장의 2심 선고가 있는 만큼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