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개혁 실효성 한계···1차병원 평가·입증책임 전환 없어

1차병원, 국민 신뢰 높일 의료기관평가인증 빠져
환자들 입증책임 전환 없이 의사 사법 부담 완화 우려
"'입증책임 전환·사법 완화' 사회적 합의 안하면 큰 갈등"

이준영 기자|2024/11/28 16:13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사진=연합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면서도 1차 병원 신뢰를 높일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적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사고 시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료인 과실을 입증해야하는 문제 개선 없이 의료인 사법 부담을 낮추는 방침도 국민 우려가 크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1·2차 병원 강화 △의료사고 시 의료인 사법 부담 완화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선 등이 담긴 2차 의료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필수·지역의료 강화 목표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와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1차 개혁 후속안이다. 복지부가 최근 밝힌 '2차 의료개혁 방향'을 보면 종별 가산제 개선 등 2차 병원 보상을 강화하고, 1차 병원은 묶음 수가·환자 만족도 등에 따른 성과 보상을 검토한다.

하지만 동네 의원(1차 병원)과 종합병원(2차 병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실에서 1·2차 병원 평가인증제 확대 적용 등 국민들이 동네 병원을 믿고 다닐 수 있는 핵심 대책이 빠졌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1·2차 의료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위해서는 1·2차 병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1·2차 병원에도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의료서비스 질을 관리해야 국민들이 믿고 갈수 있다. 현장과 밀착한 섬세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요양병원·정신의료기관 이외 의료기관은 평가인증을 자율로 받고 있다.

또한 1·2차병원 의사 이력, 그간 발생한 의료사고, 비급여 항목 내용, 환자 만족도, 의료 질 적정성 평가등급 정보도 투명히 공개해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1만명이 넘는 전공의 사직으로 전문의 배출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올해보다 80% 급감했다.

수술실 등 폐쇄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를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료인 과실을 입증해야하는 현 제도에서 입증책임 전환 없이 의료인 사법 부담을 낮추는 방침에 대한 환자 우려 목소리도 크다. 복지부와 특위는 의료인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료감정 결과 바탕으로 필수의료 여부와 중대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수사기관에 자문 의견을 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대 과실이 입증된 경우만 수사·기소하고, 단순 과실이나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수사를 최소화하려 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시 환자들이 의료인 과실을 입증해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입증책임 전환 없이 의료인 사법 리스크만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료감정 단계에서 입증 책임을 의료인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증책임 전환과 의료인 사법 부담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추후 더 큰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