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폐쇄 분위기 속 나타난 ‘AI 영업점’…은행 생태계 변화 불러오나
신한은행 'AI 브랜치' 오픈…은행 업무 65가지 제공
은행 점포수 5년간 1189개 감소·연평균 감소율 8.5%
AI 점포, 점포 확대 가능성↑…고령층 금융 소외 심화 우려
임우섭 기자|2024/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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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1200여개 은행 점포가 없어지는 등 영업점 통폐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AI 영업점은 새로운 은행 생태계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에 미래형 영업점 테스트베드 'AI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AI 브랜치는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한 무인 점포로, 일반 은행 영업점의 주요 업무 65가지를 AI 기술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약 100평 규모의 점포에 AI 번호표 발행기 1대, 스마트 키오스크 2대, AI 창구 2개가 설치돼, △계좌 개설 △체크카드 신규 발급 △외화 환전 등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일반 영업점 대비 4시간 길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AI 브랜치가 상담부터 업무까지 완벽히 구현한 항목이 총 22가지다. 신한은행은 텔러 업무 중 약 84%가 단순 업무이기 때문에 AI 브랜치가 텔러 업무의 80% 이상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0명 규모의 화상 상담 직원 시스템이 160개 지점에 연동돼 있어 복잡한 업무 처리 및 점심시간 등 혼잡 시간대에 고객을 실시간으로 지원한다.
현재 은행 점포는 빠르게 줄고 있다.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5690개로, 2019년 이후 5년간 1189개가 폐쇄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 인구 10만명당 은행 점포 수는 12.7개로, OECD 평균인 15.5개를 밑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점포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지방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점포는 초기 설치 비용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과 업무 처리 속도 개선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증대시킬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AI 점포 확대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의 소외 우려도 여전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고령층이 AI 점포에서 기계음과 화면 지시에만 의존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고령층 등이 많아 소외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향후 AI 점포 확대 시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안내 직원을 배치하는 등 충분한 안내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동 서소문지점장은 "AI 점포의 지방 진출은 수도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기간 대면 서비스로 은행을 이용한 고객을 위해 체험 및 지원 기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한은행의 AI 점포 도입에 대해 "금융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금융 소외계층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직원 배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