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타결 무산…“내년 다시 협상”

의장 5차 제안문 기반으로 내년 협상 예정
정부 "플라스틱 오염 종식 선도적 역할 해나갈 것"

이정연 기자|2024/12/02 18:09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폐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환경부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합의에 이르지 못 한 채 폐막했다. 우리나라 역시 플라스틱 다(多)생산국인 만큼 당초 생산감축 조항을 두고 이견이 엇갈려 온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인 생산감축 목표를 두는 것에는 미온적 태도로 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INC-5는 일주일간의 협상 끝에 2일 종료됐다. 당초 회의는 전날인 1일 종료예정이었지만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국가간 협상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이자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자, 건설, 정밀화학, 플라스틱 등 각종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핵심 소재사업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41억5338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지만, 일시적 반등이란 평가와 함께 중국발 공급과잉, 장기적인 수요부진 우려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채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석유화학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고부가 화학신소재, 친환경 소재, 이차전지, 바이오 소재 등 다운스트림 분야로 진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운스트림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LG화학, GS칼텍스,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금호화학석유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은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 육성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플라스틱 협상 성안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생산감축 목표 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플라스틱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개최국 연합 성명서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회원국들은 내년에 추가 협상회의(INC-5.2)를 개최하고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초 협상의 바탕이 되는 의장의 비문서(Non-paper)에 '제 6조 공급'의 경우, 옵션 1은 조항을 모두 삭제, 옵션 2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포함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 조항이 있었지만 1일 의장이 새롭게 제안한 문서에는 옵션 2 중 '1차 플라스틱'과 '폴리머'에 모두 괄호에 포함돼 다시 협의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며 "이는 지금까지의 논의가 모두 무용지물이 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논평했다.

정부는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에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여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기반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이라는 대의를 위해 각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조속히 협약을 성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통해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