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강화 대어 롯데카드 향방은?… 관건은 2兆 ‘몸값’

MBK파트너스, 매각 주관사 UBS 선정
KB·하나, M&A로 비은행 강화 의지
인수땐 단숨에 업계 상위권 도약 기회
금리인하에 수익성 개선 기대감 작용

이선영 기자|2024/12/03 17:55
롯데카드의 두 번째 매각 시도가 닻을 올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 5위인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곳은 단숨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강화 의지가 있는 만큼 금융지주 중에선 KB금융과 하나금융 '2파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만큼 본격적으로 성과내기에 돌입할 시기다. M&A를 통해 단숨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롯데카드를 주목할 것이란 분석이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시절 보험·증권사 인수를 통해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한 바 있다. 양 회장이 과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던 경험도 있는 만큼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M&A를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하나금융은 타 금융지주 대비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이 취임한 2022년 이후 눈에 띄는 비은행 M&A 추진이 없었다는 점도 이번 롯데카드 인수에 눈독을 들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카드를 품에 안아 자회사 하나카드와 합병하게 되면 업계 4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하나금융의 약점인 은행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다만 함 회장이 외형 확장만을 위한 M&A를 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한 만큼 가격을 기반으로 득실을 꼼꼼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자금 여력도 충분해서다.

10월 기준 롯데카드의 회원수는 952만3000명, 카드 결제 시장 점유율은 10%로 업계 5위권 카드사다. 3분기 말 기준 롯데카드의 자산 규모는 24조4306억원이며,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25억원이다.

이미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롯데카드 인수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지주도 비은행 강화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우리투자증권의 소프트랜딩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데다 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 만큼 카드사 매물을 들여다볼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KB금융 자회사 KB국민카드는 업계 3위권에 머물고 있다. 만약 KB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의 회원수를 단순 합산하면 2191만1000명에 달한다. 중복 회원이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업계 1위 신한카드(1438만7000명)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 개선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자산(31조1115억원)에 롯데카드 자산을 합치면 55조5421억원으로 확대된다. 양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단순 합산하게 되면 4729억원까지 늘어난다. 순이익의 경우 신한카드(5527억원)와 삼성카드(5315억원) 간의 격차를 단숨에 줄일 수 있다.

양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양종희 체제'를 안착시킨 만큼, 이제는 본격적으로 색깔내기에 나설 시기다. M&A로 경쟁력을 확보한 보험·증권에 이어 주목할 수 있는 업권이 카드라는 분석이다. 인수 여력도 충분하다. 자회사 출자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월 말 기준 104.1%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30%를 한참 밑돌고 있다.

하나카드는 롯데카드와 합쳐질 경우 4위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원수는 645만3000명으로, 롯데카드와 단순 합산시 1597만6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9월 말 기준 13조7515억원인 자산 규모도 롯데카드와 합산하면 38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순이익도 3분기 누적 기준 1844억원에서 2869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함 회장도 비은행 강화 성과를 내기 위해서 M&A를 적극 들여다볼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에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출자 여력도 있다는 평가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19.3%로 당국 권고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관건은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카드 매각이 무산됐던 이유로는 높은 몸값이 지목됐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롯데카드 몸값이 2조원대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드업황 부진이 이어져 온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롯데카드 매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 매각 관련 금융지주가 계속 언급되고 있으나 실제 참여 의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금융지주 외에도 사모펀드들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