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23번째 인류무형유산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등재 확정…2026년엔 '한지' 도전

전혜원 기자|2024/12/04 11:18
장 담그는 모습. /국가유산청
한국 음식문화의 뿌리인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오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장 담그기가 공동체 문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봤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면서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콩을 발효해 먹는 두장(豆醬) 문화권이다. 삼국 시대부터 장을 만들어서 먹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선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와 장을 담그고 관리하는 상궁인 장고마마를 뒀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기본양념인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대표적이다. 장 담그기 문화는 장이라는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에서 전하는 지식, 신념, 기술 등을 아우르고 있다.

장 가르기(메주덩어리에 항아리 속 장물을 부으면서 잘게 부수기)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 및 발효 등으로 진행된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구별되는 제조법이다. 메주를 띄우는 과정을 거친 후 된장과 간장 두 가지를 만든다는 점, 전년도에 쓰고 남은 씨간장을 이용하는 겹장 형식을 거친다는 점 등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다.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 총 23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가진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2022년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까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총 22건을 보유해 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 담그기는 가족 내에서 전승되어온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 일상에 뿌리를 이룬 유산"이라며 "그동안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가치가 소홀히 여겨져 왔다.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 청장은 "앞으로도 한국 전통음식에 대한 국민적 사랑과 관심을 더해 장 담그기 문화가 전 세계가 인정하고 널리 향유할 수 있는 무형유산으로 계승, 발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6년에는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할 예정이다.

장을 담근 항아리에 대추, 고추 등을 넣는 과정. /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