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충격파… 밸류업 무색한 금융·증권株

외인 자금이탈 가속… 최대 7% 급락
코스피·코스닥 지수 장중 지속 약세

김동민 기자|2024/12/04 18:01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사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경우 7% 가까이 급락해, 여타 금융·증권사들 사이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금융·증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유독 약세를 보인 건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밸류업을 선도하고, 고배당주로 존재감을 나타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대거 끌어모았던 것이, 되레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67%, 6.56%, 5.73% 떨어진 6만1600원, 5만2700원, 9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도 각각 3.34%, 3.45%, 3.11% 하락한 7만8100원, 4만8950원, 12만790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증권주들이 다른 종목 대비 비교적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은 배경에는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가 존재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곧바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해 계엄 선포 사태는 빠르게 일단락됐지만, 국내 정치·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국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2% 가까이 떨어진 채로 거래가 시작됐으며, 장중에도 지속 약세를 보이다가 1.44%, 1.98% 하락 마감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삽시간에 퍼져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기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4300억원가량 팔아치운 영향이다.

금융·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 규모가 큰 만큼,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외국인 투자 자금들이 대거 유출되면서 이들 기업에 더 큰 악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 KB금융의 외국인 투자 자금 비율은 각각 68.29%, 61.09%, 78.14%로 업계 최고다. 한국금융지주(41.21%), 삼성증권(31.35%), 키움증권(26.03%) 역시 증권사 중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도 국내·경제 불확실성에 의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점을 주요한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나아가 금융·증권사들이 최근 고배당주·밸류업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영향 때문에, 이날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도 내놨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사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하면서 비중이 많은 종목들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라며 "또 최근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 자금이 들어왔고 이들이 밸류업 등 확실한 재료가 있는 금융주에 많이 베팅했는데, 오늘 대거 빠져나가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