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절판 마케팅’의 악순환
최정아 기자|2024/12/06 06:00
지난달 말 보험설계사로부터 '절판 마케팅' 문자를 받았다. 문의를 해보니 금융감독원이 과잉 진료 우려에 판매 중단을 지시한 암 치료비 비례형 보험이었다. 소비자가 쓴 의료비에 비례해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금융당국 판매 자제령이 오히려 영업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아니러니 한 상황이 됐다.
절판 마케팅 논란은 수없이 반복돼왔다. 금융당국이 특정 보험상품 판매에 제재를 가하면, 영업 현장에서는 절판 마케팅을 벌이고, 과열된 영업 열기에 금융당국이 또 나서는 식이다. 절판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불안감이나 조바심을 부추겨 가입을 유도하는 데 있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떠밀 듯이 보험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겠지만, 과당 경쟁이 자칫 대규모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지면 유동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대한 규제가 관건이다. 무·저해지 상품은 계약 중간 해지시 해약환급금이 거의 없는 상품이지만 보험료가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이에 보험업계 무저해지 보험 상품 판매 비중은 60%를 넘긴 상황이다.
문제는 절판 마케팅을 막을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절판마케팅을 자제령을 매번 내려왔지만 미봉책에 그쳤다. 보험업계에서는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보험업계에 GA(법인보험대리점) 영업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설계사 이탈 이슈가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국 지침대로 영업 경쟁을 자제하고 싶더라도, 영향력 있는 설계사들이 절판 영업을 주장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절판 마케팅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시장 활로를 열어주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험 과당경쟁에 매몰될 수 있는 영업 관행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보험개혁회의에서도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된 영업경쟁 관행을 손보기 위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무·저해지형 상품,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가 금융위가 내놓은 해답이다. 다만, 이 해법이 절판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