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수출까지 흔들… “시장안정 모든 조치 준비”

3분기 GDP 성장률 0.1% 그쳐
수출 7분기만에 마이너스 기록
해외투자은행 전망치 하향조정
"일시적 정치리스크 영향" 분석도

이충재 기자|2024/12/05 18:09
한국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는 복합골절 상태에 빠졌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며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며 총체적 난국이다. 더욱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1%대로 예상되면서 성장 동력을 깨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믿었던' 수출마저 뒷걸음…저성장 고착화 우려 커져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쳤다. 이는 기존 전망치(0.5%)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인데다 홀로 성장을 이끌던 수출마저 0.2% 뒷걸음친 '저성장 쇼크'다.
특히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2% 감소하며 7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기여도에서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0.8%까지 하락했다. 수입은 기계와 장비 등이 늘면서 1.6% 증가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전기보다 1.4% 증가했다. 전 분기에는 1.4% 감소하면서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GNI는 전체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걱정 마, 정치적 문제이지 경제체력 문제는 아냐"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수출이 흔들리면서 성장 동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하면서 내년 이후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이에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UBS는 2.1%에서 1.9%로, 노무라는 1.9%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선 정치적 혼란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흔들 수준이 아닌만큼 과도하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환율과 증시 등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인 '외국자본 엑소더스' 현상도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요 금융사의 투자보고서에서도 "정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는 정치적인 이유이며 경제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국가 신인도 역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