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외치는 강호동… 농협은행 차기 사령탑에 ‘쏠린 눈’

강태영·강신노·최영식·여영현 물망
경상도 출신 인사 선임 가능성 높아
"강태영 후보 상대적으로 경쟁서 앞서"
보험 등 비은행 CEO 대거 교체 전망

조은국 기자|2024/12/05 18:58

자산 400조원이 넘는 NH농협은행을 이끌 새 사령탑이 이달 중하순 결정될 전망이다. 올해 3월 농협중앙회장으로 강호동 회장이 취임하면서 인적쇄신 차원에서 변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용 현 은행장 체제에서 지난 2년간 농협은행은 수익성장을 이뤄냈지만, 횡령과 배임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라도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차례 연속 경기도 출신 인사가 행장 자리를 꿰차온 만큼, 이번엔 지역 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강호동 회장이 경남 합천 출신인 만큼 그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경상도 출신 인사들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에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과 강신노 농협은행 부행장, 최영식 부행장,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생·손보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 CEO들도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강 회장이 본격적으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석용 행장 후임 인선을 진행 중이다.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이석용 행장까지 7명의 행장이 농협은행을 이끌었지만, 이중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고는 연임 사례가 없다. 이대훈 전 행장 역시 농협중앙회 회장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후임 회장에게 인사권을 넘겨주기 위한 행장 인선 절차를 미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경쟁사와 달리 농협은행장은 연임사례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이석용 행장 역시 연임보다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반복된 금융사고로 인한 미흡한 내부통제를 드러냈다는 점은 이 행장의 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 3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만큼,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그룹 핵심 요직에 자기 사람을 채울 필요성도 있다.

이에 차기 농협은행장에는 강 회장과 같은 지역색을 띤 경상도 출신들이 적극 거론되고 있다. 강태영 부사장과 강신노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그리고 농협상호금융의 여영현 대표가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 회장이 경남 합천 출신인데, 후보군 4인 모두 경상도 출신이다. 강태영 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고, 그룹 내에서 '영업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은행에서 디지털 부문 부행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강신노 부행장은 중앙회 상호금융재무기획단장과 농협금융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낸 '기획통'이다.

경남 하동 출신 최영식 부행장은 여신관리부장과 경남영업본부장, 여신심사 부행장을 맡아온 여신전문가다. 마지막으로 여영현 대표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상호금융투자부장과 상호금융자산전략본부장 등을 지낸 투자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권준학 전 행장과 이석용 행장이 모두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 출신이었던 만큼, 정용왕 기획조정본부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중 강태영 부사장이 경쟁에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 대표의 경우 우선 나이가 강호동 회장보다 많은 데다 올해 상호금융 대표를 맡은 만큼 은행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농협금융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도 성남 출신인 이성희 전 중앙회장 당시에는 경기도 출신인 권준학 전 행장과 이석용 행장이 등용됐었다"면서 "강 회장의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같은 지역색을 갖춘 인물이 낙점될 것이다. 거론되는 후보 중에선 강태영 부사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금융은 비은행 자회사 CEO도 대거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연말 임기가 끝나는 농협생명과 농협캐피탈에 더해 아직 임기가 1년 남은 농협손해보험과 농협저축은행 CEO 인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임기가 남아있어도 재신임 차원에서 사직서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임기 중인 CEO에게 관행적으로 사직서를 받았지만, 임기를 이어가는 경우였다"면서 "최근에는 중앙회 회장이 바뀐 만큼 임기 중에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