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12번 겪은 태국, 軍 권한 축소 ‘쿠데타 방지법’ 박차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4/12/08 11:19
3일(현지시간) 태국 왕실 근위대 군사 퍼레이드에서 근위대 기병 대원들이 국왕에 대한 충성 선서식을 진행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를 수 차례 겪은 태국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그 능력을 축소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

8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프아타이당은 전날 국방부 행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군 장성의 선발·임명에 대한 내각의 감시권과 쿠데타 시도에 대한 항명권 강화다.
해당 법안은 군 사령관이 자신의 측근을 장성으로 임명하는 대신 내각이 임명한 위원회가 장성 임명과 심의 권한을 부여케 했다. 소식통은 "파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군에서 승진할 기회를 잃고, (현재) 장군 임명도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따라서 내각이 장군 임명을 감독해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전했다.

이와 함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자, 불법 약물·인신매매·환경 파괴 등에 연루된 자 등을 장성 진급에서 배제하는 등 진급 기준도 강화했다.

또 국방위원회 의장도 국방부 장관이 아닌 총리가 맡게 된다.

개정안은 △정부의 행정권을 장악·통제하는 경우 △정부 기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경우 △지휘관의 개인적인 이익이 되는 사업이나 활동 △기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 군이나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즉 쿠데타를 위해 군을 동원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 셈이다.

아울러 이 같은 행위에 대한 명령을 받은 군 장교는 명령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고, 군형법 위반에 대한 당사자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규정됐다. 또 쿠데타를 시도하거나 모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군 장교에 대해선 총리가 그 직무를 즉각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이 "군부가 권력을 남용하고, 국왕을 국가 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정권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32년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태국에서는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 가운데 12번의 쿠데타가 성공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두 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던 쁘라윳 짠오차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지난해 총선 패배로 쁘라윳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프아타이당 정권이 민간 출신 인사를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군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랜 쿠데타의 역사 탓에 태국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2%는 "쿠데타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쿠데타 방지법으로 쿠데타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77.5%가 부정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