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강연 | 0 |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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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소설가 한강(54)이 7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지난 31년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다.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강연에서 그는 1979년 여덟 살 때 쓴 시를 읊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중철 제본을 발견했다. 천진하고 서툰 문장들 사이에서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한강 작가 강연 참석 현지인<YONHAP NO-0752> | 0 | 7일(현지시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강연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강연에 참석하는 현지인이 보안요원에게 입장을 위해 QR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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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자신의 장편 소설인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을 쓰면서 느낀 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 안에서 살며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돌아봤다. 세 번째 장편인 '채식주의자'(2007년)를 쓸 때 그는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안에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물음은 폭력을 거부하면서도 폭력으로 이뤄진 세상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바람이 분다, 가라'와 '희랍어 시간'이 됐다. 질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며 정점에 달했다.
한강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까지 글쓰기의 동력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면서 "1979년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첫 소설부터 최근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 청중들에게 사인해주는 한강<YONHAP NO-3733> | 0 |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이 끝난 뒤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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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강은 차기작과 향후 계획에 관해서도 밝혔다. 그는 집필 중인 작품에 관해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완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며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한강의 강연은 노벨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900명 이상이 시청했다. 그가 특유의 잔잔한 어조로 강연하는 동안 300여 명의 청중은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강연이 끝난 뒤 청중들의 사인 요청이 쇄도하면서 한강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자리를 떠났다.
한강은 오는 10일 시상식 무대에 올라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받는다. 이후 12일에는 왕립 극장에서 열리는 낭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 한강 작가, 스톡홀름에서 취재진과 첫 만남<YONHAP NO-5724> | 0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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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summerrai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