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랑 외교 끝나나… 강경파 속속 본국 귀환

지난 10여년은 전랑 외교 전성시대
하지만 최근 트럼프 귀환에 기조 변화
국제사회에서 우군 확대 필요성 대두
루사예 주불 대사 등 귀국, 2선 후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24/12/09 14:17
중국에 전랑 외교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왕이(王毅)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 강력한 부인으로 볼 때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볼 수 있다./환추스바오(環球時報).
중국이 자국 외교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리는 강경 일변도의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외교가 일부에서는 중국 외교의 기조가 온건한 뉘앙스를 듬뿍 담은 '판다 외교'나 '면양(綿羊·양) 외교'로 아예 바뀌었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 상대국을 마치 적국 대하듯 몰아붙이는 전랑 외교가 이제 수명을 다하고 사라질 운명에 직면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하나둘이 아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9일 전언에 따르면 우선 전랑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던 강경파 외교관들인 루사예(陸沙野) 주 프랑스, 정쩌광(鄭澤光) 주영국, 우컨(吳懇) 주독일 대사 등의 2선 후퇴 확정을 꼽을 수 있다. 하나 같이 이전과 현 주재국에서 진짜 늑대전사처럼 오로지 자국 이익 만을 위해 오만방자한 언행까지 일삼았으나 조만간 귀국,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외교부에서는 이들의 본국 귀환이 임기 만료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의 시각은 많이 다르다. 전기차 등의 관세 부과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인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든 개선하려는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로 보고 있다. 외교부가 당사자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이들을 조용히 은퇴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루 대사 등은 모두 60대인 나이로 볼 때 더 이상 늑대전사로서 중용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38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내년 말까지 최장 30일 동안 일방적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거론해야 한다. G2 국가답게 가능하면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잘 지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전랑 외교가 한창 맹위를 떨칠 때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자세라고 단언해도 좋다.

이외에 가능하면 온건한 스타일의 외교관을 주요국 대사로 내정하는 원칙을 내부적으로 정했다거나 발령을 내기 직전 주재국에서 신사적으로 행동하라는 사전 교육을 시키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전랑 외교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이 이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전랑 외교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많다. 우선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외교가 주는 글로벌 혐중 감정의 대폭발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이제는 G2다운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는 자각도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이라고 해야 한다. 자국에 대한 파상적 공세에 나설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우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중국의 전랑 외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단정은 절대 무리하지 않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