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라더니… 합병 앞둔 대한항공, 계엄 난기류發 ‘고환율’에 긴장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 약 33억달러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30억 손익 구조
해외여행 수요 위축 우려에 인바인드도 불안
이달 아시아나 합병은 사실상 마무리

안소연 기자|2024/12/09 16:16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앞두고 대내외 이슈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영환경에 난기류가 들이닥쳤다. 비상계엄 파장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발생한 1000억원 규모 외화평가손실이 그 첫번째다. 고환율은 항공유와 기체 정비를 위한 각종 구매·대금값 인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탄핵 소추안 표결 불발로 정국 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다음이다. 국내 소비는 위축되고 해외 여행객의 한국행 기피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33억 달러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이날 환율은 1437원으로, 비상계엄 전날이었던 2일의 환율 1401.3원보다 약 30원 상승해, 단 일주일만에 외화부채가 외화평가손실이 10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난 셈이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연간 예상 달러 부족량은 약 14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140억원의 변동이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대한항공 등 항공사는 항공유를 달러로 구입한다. 대한항공이 3분기 기준 매입한 항공유는 25억9154만4823달러(현 환율 기준 약 3조7200억원) 수준이다. 항공기 정비용 부품도 달러 결제로, 같은 기간 5억87만9718달러(약 7188억10200만원) 어치를 발주했다.

무엇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을 꺼리게 되는데 여기에 계엄, 탄핵안 폐기 등의 사태로 여행 성수기여야 할 연말에 소비가 위축까지 겹치게 됐다. 이에 항공을 비롯한 전 여행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해외에서 한국으로 여행 오려는 여행객(인바운드)에게는 금액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영국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주의를 당부하는 등 해외에서도 국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어 인바운드 수요를 안심할 수는 없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는 포착되지 않으나, 정치적 혼란 장기화 및 확대 시 인바운드 수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올 4분기 들어 항공 여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추세였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외를 오간 승객은 593만2689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6.8% 증가한 수치다. 10월도 15.5% 증가하는 등 인천공항 여객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지만, 여러 변수로 인해 12월도 같은 증가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은 오는 11일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약 4년 간 공을 들였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아시아나와 합치게 되면 자산규모 약 45조원, 항공기 200여대의 전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발돋움하게 되는 순간을 앞두고 있다. 신주인수 대금을 납입하면 12일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