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임시주총 앞두고 국민연금 조건부 찬성…한시름 놓나

사진. 21일 두산 기자간담회 0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구조 재편을 설명하고 있다. /두산

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 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 사실상 기권 의사를 밝히면서 두산으로서는 큰 부담은 덜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사실상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10일까지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하루 이른 9일 관련 입장을 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은 3분기 기준 (주)두산이 30.39%로 가장 많고, 국민연금이 6.85%로 그 다음이다. 안건의 통과 기준은 제적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두산으로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2대 주주의 반대는 피하게 된 것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을 발표했다. 합병비율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4.33주를 받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비영업 자산을 매각해 추가 현금을 확보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전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으로서는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흐름까지 좋으면 다행이지만, 국내 증시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 부분만큼은 노심초사 하고 있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사업재편이 무사히 완료되려면 주가도 받쳐줘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만890원이다. 지난 3일 종가만 하더라도 이를 웃도는 2만1150원이었으나, 곧바로 급락해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7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합병회사의 주주는 주주총회 전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하거나 기권함으로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두산이 정한 주식매수청구권의 한도는 6000억원인데, 국민연금의 경우 지분 가치가 7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따라서 두산으로서는 임시주총 이후의 주가 흐름도 중요하게 작용하게 됐다.

한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서스틴베스트 등은 분할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등은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