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 대체권력 이재명?…국민 ‘합리적 공포’ 여전

"李, 희망적 대안 아냐…두려움 적지 않아"
vs
"계엄 심각성 못이겨…사법리스크 벗어났다고 봐"

유제니 기자|2024/12/10 06: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진성준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함께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실을 현장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야권 후보로 언급되는 가운데, 이 대표의 향후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오는 14일 토요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다시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 정족수(200명) 미달로 불성립 폐기되자 민주당 등 야당은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일주일 단위로 임시국회를 열어 재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의 이탈을 제외하고 전원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이 여당을 향해 '내란 공범'이라며 공세를 퍼부으며 탄핵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사실화될 경우 빠르면 내년 5월 전 대선을 치르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대법원 판결이 규정상으론 내년 5월쯤 선고가 이뤄진다.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대선 날짜를 확정 지으려는 것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에 맞서 '무조건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이라는 대안적 권력이 국민에게 희망적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을 당시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보수에 여전히 희망이 있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이번 사태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묻혔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국민들은 여전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합리적 공포'를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안 세력이 썩 희망적이지 않읂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계엄선포를 한 것은 자신에 대한 탄핵 여론에 불을 붙인 꼴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 비해 국민을 거리로 향하게 하는 힘의 강도는 훨씬 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이 대표와 조 대표는 개인의 이익을 그만 챙기고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라"며 "(이번 사태를 거치며) 본인들이 희생자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도덕적 고지를 점령한 것처럼 하는데, 한 마디로 비위가 상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무마할 정도로 그 심각성이 크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본지에 "사실상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며 "범야권이 윤석열 정부에 맞서 결집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현재로서 시간은 민주당 편일 수 밖에 없다"며 "탄핵 민심이 커지는 데 따라 여당도 오래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등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도 4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