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격랑에 법안처리도 무기한 연기… 전력망·AI·반도체법 ‘올스톱’

‘통과 목전’ AI 기본법 연내 처리 사실상 불발
반도체·전력망법은 상임위 논의 단계서 멈춰

이하은 기자|2024/12/10 16:20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승원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 도래로 정치권의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들은 무기한 연기되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안 처리 지연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이나 제도 정비는 기업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협력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국가가 그에 맞게 법률 등을 정비해서 기업들이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되는데, 기업들이 투자 여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법안까지 계속 늦어지면 투자 효율성도 떨어지고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반도체와 관련해서 D램 등은 우리가 기술적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고 중국이 급속도로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고, 인공지능(AI)의 경우 우리가 세계에서 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이 정말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쟁 때문에 시간을 소모해 정치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 돼선 안 되겠다"고 지적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이 진흥을 위주로 하는 법인 만큼 제정되면 산업 지원 근거 조항들이 생겨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통과가 코앞이었는데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첨단산업과 관련한 전력망확충특별법·AI기본법·반도체특별법 등이 논의되고 있었다. AI 기본법은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논의만을 앞두며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전력망법과 반도체법은 각각 10건, 8건의 법안들이 발의돼 상임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닥치며 여야 간의 법안 논의는 언제 재개될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여당이 힘을 실어 온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에 대해 여야 이견이 있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전력망특별법은 소위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및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당의 협조가 먼저라면서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