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소비 침체 속 이유 있는 함박웃음

고물가·경기침체 유통가 고전에도
이랜드는 '가성비' 앞세워 성장세

장지영 기자|2024/12/11 17:13
스파오 푸퍼 컬렉션./이랜드월드
이랜드가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품과 의류를 초저가에 판매하며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그룹의 경영 전략은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는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는 승부수를 지속 추진하고 있어서다.

성과는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다. 먼저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스파오는 작년 4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덕분에, 로고는 없지만 주로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을 판매하는 스파오가 이득을 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파오에서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기본아이템인 티셔츠와 데님 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류 매출은 85%나 늘었다.

이랜드이츠의 외식 브랜드 애슐리퀸즈는 올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한식·양식·바비큐·초밥·디저트 등 200여 가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애슐리퀸즈의 가격은 평일 런치 기준 1만9900원이다. 이를 통해 '가성비 뷔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세를 몰아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77곳이었던 매장 수를 올해 11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킴스클럽과 협업한 120년 업력의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주에 위치한 와이너리 '카살리 비티컬토리' 모습./이랜드킴스클럽
이랜드킴스클럽의 '모두의 와인 플러스' 시리즈도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해외의 유명 와이너리 와인을 직수입해 9990원에 선보이면서, 첫 론칭부터 약 2개월간 '직수입 와인'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이랜드팜앤푸드'를 통한 직소싱이다. 와인 수입사 등 중간 유통 마진을 제거하고, 연간 물량을 계획하는 대량 유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이 가격 거품 제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랜드리테일의 패션 브랜드 'NC베이직'도 1~2만원대의 청바지와 스웨터를 앞세워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간판 제품인 '갓성비 데님'은 지난해 9월 출시 후 9개월 만에 10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국내외 원단 공장을 직접 발굴해 원단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매입하고, 매장 연출과 마케팅 비용을 최저 수준으로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값비싼 명품 대신 가성비 높은 저가 대체품을 찾는 '듀프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